코로나19로 인해 정상적인 삶을 앗긴 국민에게 ‘신천지교회’가 철천지원수처럼 돼가고 있다. 그들의 복마전 행태는 분노를 자아내게 한다. 그러나 집권세력들이 마치 희생양 삼을 절묘한 먹잇감이나 발견한 것처럼 우후죽순 ‘신천지 때려잡기’ 선동에 나서는 것은 적절한 처방이 아니다. 지금은 촌음을 아끼고 젓 먹던 힘까지 다 쏟아부어 괴질 확산 차단에 진력할 때다. 이번 코로나19 창궐에 즈음한 ‘신천지교회’의 허물을 손꼽자고 하면 열 손가락도 모자랄 판이다. 기독교계에서 이단으로 지정한 ‘신천지교회’의 전염병 매개는 최악의 불행이다. 피해자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군대라도 동원하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누가 일머리를 잡아도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러던 끝에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집권세력의 요인(要人)들이 짜 맞춘 듯이 ‘신천지 때려잡기’ 선동에 일제히 나선 것이다. 서울시가 1일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총회장과 신천지 지도부를 살인죄 등으로 고발했다. 며칠 전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신천지에 “종교의 자유를 말할 자격이 없다”고 일갈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이만희 총회장을 체포하라고 촉구했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강제수사를 검찰에 지시했다”고 기자들에게 자랑했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신천지 본부를 압수수색해 전체 신도 명단을 확보해달라고 요구했다. 민주당 의정부을 문은숙 예비후보는 “코로나19 확산은 윤석열 검찰총장 때문”이라는 뜬금없는 주장을 폈다.

위기가 닥쳤을 때 국민의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모사를 꾸미는 것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정치공작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도둑이 맹독 묻은 고기를 집 지킴이 개에게 던지듯이 닥치고 신천지나 때려잡으라고 선동하는 것이라면 이는 국민을 얕보는 참으로 고약한 흉계다. 그럴 시간 있으면 지옥처럼 돼버린 대구·경북에서 사투를 벌이는 지역민과 의료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뭔가를 하나라도 찾아내는 일부터 하는 게 맞다. 첫 단추 잘못 끼운 죄를 도무지 인정하지 않으니 더 큰 죄들이 양산되고 있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