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총선 예비후보자로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정봉주 전 민주통합당(민주당 전신) 의원이 비례대표 전문 신당 ‘(가칭)열린민주당’ 창당을 선언했다. 정봉주가 민주당 공천 배제 결정 후 기자회견에서 “저는 영원한 민주당 당원”이라면서 언급한 ‘제3의 길’이 실체를 드러냈다. 민주당 핵심 인사 5명이 (대통령) 탄핵을 막기 위해 ‘위성정당’을 창당하기로 비밀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온 일과 연결하면 후안무치한 ‘정치 장난질’은 유추되고도 남을 일이다.

정봉주는 지난달 28일 한 방송에서 비례정당 창당을 부인한 지 3시간 만에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비례대표 정당 ‘열린민주당’ 창당을 선언했다. “노무현·김대중, 문재인 대통령 정신을 계승하겠다”면서 “민주당과 정책적으로 경쟁할 것”이라고 너스레까지 떨었지만, 누가 봐도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읽힌다. 때마침 민주당 원내대표와 사무총장, 대통령 핵심 측근, 전직 원내대표 등이 함께 모여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막기 위해서라도 해야 한다”며 비례정당에 뜻을 모았다는 보도가 나온 끝이다. 정봉주는 금태섭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강서갑 출마 의사를 밝혔다가 부적격 판정을 받은 뒤 기자들 앞에 서서 “더 많은 옵션과 더 많은 콘텐츠가 있다”고 자랑했었다.

야권이 맹비판에 나섰다. 김재원 미래통합당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이) 군불 때던 비례민주당이 베일을 벗는 것을 보니 가증스럽다”고 힐난했다. 민생당은 “정치 코로나의 슈퍼전파자는 더불어민주당”이라는 등 온갖 용어를 동원해 공격했다.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도 “개혁 입법의 대의를 훼손하고 개혁진보 세력이 공멸하는 길”이라며 격분했다.

공식적으로는 “비례정당 창당은 안 한다”고 선언하면서 뒤로는 정봉주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사술(詐術)을 부리는 짓이야말로 ‘국민을 개돼지로 여기는’ 최악의 꼼수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민주당과 물밑에서 협의가 끝났나 보다. 망할 짓만 골라서 한다”는 비판에 공감한다. 겉 다르고 속 다른 집권당의 정치행태에 한숨이 절로 난다. 어쩌다가 우리 정치권의 몰염치가 이 지경까지 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