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지역, 안동·경주 중심
‘착한 임대료 운동’ 확산세
안동 중앙신시장부터 시작
市도 공설시장 사용료 감면
경주황리단길발전협의회도
현수막 내걸며 호소 나서자
자발적 참여 건물주 늘어나

경주 황리단길의 한 도로에 ‘착한 임대료 운동’을 독려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안동과 경주를 중심으로 경북지역 내 ‘착한 임대료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이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임대인들이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낮추면서 지역 내 상생 분위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착한 임대료 운동은 상가건물주와 세입자가 협의해 임대료를 낮추거나, 일정 기간 상가와 사무실 등을 무료로 빌려주는 ‘렌트-프리(rent free)’ 등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판매 부진 등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이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전국 각지에서 이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경북지역 중 착한 임대료 운동이 가장 활발한 곳은 안동이다. 한 건물주가 한 달 동안 월세를 받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눈길을 끈 가운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착한 임대인 운동이 확산하는 추세다.

지난달 24일 안흥동 중앙신시장에서 종묘사를 운영하는 건물주 A씨(59·여·착한 임대인 1호)는 자신의 건물 1층 세입자 3명에게 직접 찾아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모두가 힘든 시기”라며 “한 달간 월세 임대료를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본지가 이 이야기를 최초 보도한 데 이어 각종 언론사와 SNS 등을 통해 전파되면서 안동 지역 건물, 빌딩, 식당 등의 건물주들이 이 운동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옥동의 효림빌딩(2호), 덕보식당(4호), 소문난맛집(5호)과 안동역 앞 동문중고할인매장(3호)이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했다.

아울러 안동시도 용상공설시장 상가 83곳에 대해 사용료의 3개월분(2∼4월) 2천773만원을 감면 조치했다. 이에 따라 점포당 11만원의 혜택을 받게 됐다.

경주 황리단길 발전협의회(회장 김해수)도 최근 ‘착한 임대료 운동에 동참해 코로나19 사태를 이겨내자’라는 현수막 10개를 황리단길 곳곳에 내걸고 착한 임대료 운동에 앞장서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이에 황남시장 상점을 시작으로 자발적으로 점포 임대료를 깎아주겠다고 나서는 건물주들의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착한 임대료 운동에 참여하는 임대인을 대상으로 세제혜택을 예고하면서 착한 임대료 운동이 더욱 확산할 조짐이다. 정부는 상반기에 임대료를 인하한 임대인에 대해 인하액 50%에 대한 소득세·법인세를 감면해 주고, 한 시장 내에서 임대료 인하에 동참한 점포 규모가 20%를 넘는 경우 노후전선 정비, 스프링클러 설치 등 화재 안전 패키지를 제공한다.

황남시장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젊은이의 거리 황리단길이 이렇게 유령도시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소상인들에게 관심을 가져준 정부와 건물주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황리단길 발전협의회·황남시장 번영회 김문겸 사무국장은 “소상인들이 살아야 황리단길이 살 수 있다”며 “임차인과 임대인이 지혜를 모아 위기를 극복하자”고 말했다.

경주/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안동/손병현기자wh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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