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은

언젠가도 나는 여기 앉아 있었다

이 너럭바위에 앉아 지는 해를 바라보며

지금과 같은 생각을 했다

그때도 나는 울지 않았다

가슴속 응어리를

노을을 보며 삭이고 있었다

응어리 속에는 인간의 붉은 혀가

석류알처럼 들어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슬픔의 정수리로 순한 꽃대처럼 올라가

숨결을 틔워주던 생각

감미롭던 생각

그 생각이 나를 산 아래로 데려가 잠을 재웠다

내가 뿜어냈던 그 향기를 되살려내기가

이다지도 힘들다니 ….

순간은 금방 다른 순간을 물고 이어지고가 반복된다. 시인은 그런 순간의 반복 속에서 품고 있던 생각과 가슴 속 응어리들이 자기 자신을 슬픔이나 욕망에서 벗어나게도 하고, 거기에 갇히게도 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인간은 이러한 순간의 연속에서 웃고 울고 절망하고 희망을 가지는 것이리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