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초기 중국 우한사태를 보고 ‘설마 우리까지’ 했던 기우가 우리의 눈앞에서 전개되고 있다. 전국의 확진자 수가 3천700명을 넘었고 사망자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그중 대구·경북의 환자가 80%를 넘고 ‘신천지’ 관련 감염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신천지의 밀집 형태의 종교 집회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진원지가 되었다는 것이다. 급기야 정부는 신천지 신도 20만2천명의 명단을 제출 받아 방역 당국이 전수조사를 실시 중이다. 이러한 신천지 집단 쇼크는 그들에 대한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미 신천지에 관한 소문은 종교계에서부터 수없이 회자되었다. 정통 기독교는 신천지는 사교(邪敎)나 사이비 종교로 간주하였다. 그들은 ‘조건부 종말론’을 내세워 불안한 사람들을 유인하였다. 교주 이만희는 재림 예수로 칭송되었다. 그들은 요한 계시록에 근거하여 독실한 신자 14만4천명만이 완전한 구원에 이른다고 선전하였다. 이는 소위 12지파의 각 1만2천명을 합한 숫자이다. 현재 등록 신도만 23만 명이 넘고, 그들은 한 때 40만 명이 넘는다고 교세를 자랑하였다. 한국 최대 여의도순복음교회 43만 신도와 비견되는 숫자이다.

신천지는 철통같은 비밀 조직을 유지하며 교세를 확장해 갔다. 그들은 포교 대상을 미리 파악하여 교묘한 방법으로 접근하였다. 특히 한국 기성 교회의 맹점을 이용하여 포섭대상을 확대해 갔다. 기성 교인에 대한 소위 ‘추수 꾼’ 포섭전술은 그들 간부의 평가 자료로 활용되었다. 그들은 현대적 경영기법까지 동원하여 경쟁을 부추기고 대변인 제도까지 두었다. 불성실한 일꾼들에게 12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우수 신도 포상금 제도까지 있었다. 그들의 지역별 교육 센터와 복음방에는 비밀주의를 엄격히 적용하였다. 국제화 프로젝트를 통한 중국 우한 지역까지 해외 선교를 확대했음이 드러나고 있다.

신천지라는 사이비 종교가 널리 퍼진 근원에는 우리 사회의 모순이 도사리고 있다. 물질적인 풍요 속에 정신적 불안 세대는 증가하고 있다. 개천에서 용 나던 시대는 지났고, 양극화된 사회는 희망의 사다리까지 폐쇄되어버렸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우리 사회의 양극화한 모순을 그대로 고발하고 있다. 신천지는 우리 사회의 이러한 상대적 박탈감에 교묘히 영적으로 파고들었다. 이번 사태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신천지 바이러스의 부정적 시너지로 확대된 결과이다. 물론 오늘날 한국 사회의 기성 교회의 타락과 세속화에도 책임은 있다.

오래전부터 지탄받았던 신천지의 정체는 이제 백일하에 드러날 운명에 처해 있다. 신천지는 신도 자료 불성실 제출과 역학조사 방해죄로 검찰에 고발되었다. 코로나 3법이 국회를 통과한 결과이다. 교주 이만희는 사실혼 관계인 어느 여인과의 자금유용 협의로 피소되었다. 신천지 교주는 신천지에서 탈출한 신도 ‘피해자 연대’로부터도 청소년 납치 감금 혐의로 피소되어 있다. 그는 새누리당 당명 제작 선전혐의로도 고발되었다. 교주는 이제 재판정에 서서 자신의 혐의부터 밝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