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 "함께·영웅·극복이 키워드"…'독립' 31번, '함께' 12번, '극복' 8번 언급

비상시국서 '코로나' 6번·'위기' 6번씩 언급하고 홍범도 장군 '용기' 부각
'취소설' 있었지만 국민에 '희망메시지' 중요하다 판단…101주년 상징성도 염두
'평화' 언급 줄었지만 남북협력 구상 분명히 해…'진정한 독립' 의미부여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종로구 배화여고에서 3.1절 기념사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종로구 배화여고에서 3.1절 기념사를 하고 있다.

 

"매년 3월 1일, 만세의 함성이 우리에게 용기를 주었습니다. 오늘의 위기도 온 국민이 함께 반드시 극복해 낼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제 101주년 3·1절 기념식 연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극복에 그 초점이 맞춰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3·1 운동 당시 우리 국민이 보여준 '단결'의 힘으로 코로나19 사태를 함께 극복해낼 힘을 얻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어려운 때일수록 선조들의 용기를 떠올리며 희망을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인 셈이다.

한편 지난해 100주년 3·1절 기념식과 비교해 '평화' 메시지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줄어든 점도 눈에 띄었다. 다만 문 대통령은 북한과 보건분야 협력을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변함없는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 '독립' 31번, '함께' 12번, '극복' 8번 언급…단결해 코로나19 극복 의지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문을 "비상한 시국에 3·1절 기념식을 열게 됐다"며 이날 연설을 시작했다.

그만큼 이날 연설에는 코로나19 사태로 국정운영이 난항이 계속되고 국민적 우려가 커진 것에 대한 엄중한 인식이 반영된 셈이다.

연설문 내에서는 '코로나'라는 단어와 '위기'라는 단어가 각각 6번씩 포함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런 시국을 고려, 독립운동의 정신을 되새겨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메시지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한정우 춘추관장은 브리핑에서 "이번 기념식은 '함께·영웅·극복'이라는 키워드로 준비했다"며 "국민 모두가 서로의 영웅이 되어 희망을 외쳤던 100년 전 그날처럼 위기마다 끊임없이 이겨낸 대한민국의 민족성을 강조하고, 엄혹한 시기 속에서도 잃지 않았던 긍정의 힘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독립'이라는 단어는 31차례 걸쳐 언급하며 3·1운동 정신을 부각했고, '함께'라는 단어도 12번 언급하면서 단결된 힘으로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봉오동·청산리 전투의 영웅'으로 꼽히는 홍범도 장군의 유해봉환 소식을 전하며 "우리에게 국가의 존재가치를 일깨우고 선열의 애국심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언급한 것 역시 국민에게 용기를 심어주겠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된다.

물론 이번 기념식 전에는 일부에서 올해 '비상시국'을 고려해 3·1절 기념식을 생략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이런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야말로 독립운동 정신을 떠올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기념식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또 이런 연설을 통해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정부의 노력을 알릴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위기경보를 최고단계인 '심각' 단계로 올려 전방위로 대응하고 있다"며 "아울러 '비상경제시국' 이라는 인식으로 경제활력을 살리는 데에도 전력을 다하고 있다. 민생·경제 종합대책도 신속히 실행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우한 교민을 따뜻하게 맞아 준 아산·진천·음성·이천 시민들과 서로에게 마스크를 건넨 대구와 광주 시민들, 현혈에 동참하는 국민들께 경의를 표한다"고 언급한 대목이나, 이른바 '착한 임대인 운동' 등을 언급한 점 등에서는 이번 사태 극복을 위한 국민들의 자발적 노력을 끌어내는 데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올해 기념식을 취소하지 않은 데에는 지난해 역사적인 100주년을 지난 뒤 처음 맞는 3·1절 기념식이라는 상징성도 고려한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은 "1951년 한국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외환위기가 덮쳐온 1998년에도, 지난 100년간 우리는 단 한번도 빠짐없이 3·1 독립운동을 기념하며 단결의 '큰 힘'을 되새겼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일 종로구 배화여고에서 열린 3.1절 기념식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일 종로구 배화여고에서 열린 3.1절 기념식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 '평화' 언급은 줄었지만…보건분야 협력 등 남북관계 개선 의지

문 대통령의 이날 연설에서는 남북관계에 대한 언급이 지난해에 비해 상대적으로 줄어든 점도 눈에 띄었다.

문 대통령은 이른바 '하노이 노딜' 다음날 열린 지난해 기념식에서는 '평화'라는 단어를 30번 사용하면서, 북미 핵 담판 결렬에 실망하지 않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살려가는 데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드러냈다.

반면 올해 연설에서는 '평화'라는 단어는 5차례, '북한'이라는 단어는 2차례만 등장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한반도 평화·번영 기조는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북한과 보건 분야 공동협력을 바란다. 감염병 확산에 남북이 함께 대응하고 재해재난과 한반도의 기후변화에 공동으로 대처할 때 우리 겨레의 삶이 보다 안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야말로 '진정한 독립'이자 '새로운 독립의 완성'이라고 규정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의 교착, 코로나19 사태 등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도 남북 간 대화를 위한 노력은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드러난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또 "중국과 일본, 가까운 동남아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일본을 향해서는 "일본은 언제나 가장 가까운 이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연설에서 "친일잔재 청산은 '친일은 반성해야 할 일이고 독립운동은 예우받아야 할 일'이라는 가장 단순한 가치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고 언급한 점 등을 고려하면, 올해 대일 메시지의 경우 분량과 강도 모두 완화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올해 연설에서 "과거를 잊지 않되, 우리는 과거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일본 또한 그런 자세를 가져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원칙을 지키되,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도 동시에 구축한다는 기존의 '투트랙' 전략을 거듭 강조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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