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발품 팔던 시민들
우체국·농협 등 찾았다 헛걸음
시중 정상적 공급 안 이뤄져
온라인 판매처 역시 구입 못해
“준비도 안된채 발표만 먼저”
분노한 시민들, 정부 비난 봇물

27일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동네 우체국을 찾은 시민 박영희(66·여)씨가 ‘금일 오후 5시에 판매한다’는 안내 문구를 보고 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정부가 27일부터 매일 마스크 350만장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마스크 품귀 현상은 전혀 나아지지 않은 모양새다. 이날 새벽부터 발품을 팔아 마스크를 사려고 했던 시민들은 거친 불만을 쏟아냈다.

경북매일이 27일 오전 대구·경북지역 농협 하나로마트, 우체국, 일반 약국 등 정부가 지정한 마스크 공적 판매처 여러 곳을 방문한 결과 마스크를 정상적으로 판매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실제 공식 판매처인 대구 수성구의 한 우체국 앞에는 ‘입고 시 금일 오후 5시 수량 1인 5매 제한, 선착순’이라는 문구만 붙어 있었다.

오전부터 마스크를 구매하려고 이곳을 찾은 시민 박영희(66·여)씨는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하나를 5일째 쓰고 있어서 집 밖으로 나가지도 않고 있다”며 “오늘부터 우체국에서 마스크를 판다고 해서 어려곳을 가봤는데, 물량을 확보한 곳이 한 곳도 없었다. 오후 5시 이후에 선착순으로 판매한다고 하는데, 살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단위농협은 찾은 시민들은 “이곳에서는 판매하지 않는다. 하나로마트로 가라”는 직원의 핀잔을 들었다. 정부의 설명이 부정확해서 벌어진 해프닝이다.

농협 관계자는 “1차적으로 보내준다는 연락은 받았지만, 실제 마스크는 도착하지 않았다”면서 “오전부터 시민들이 찾아오고 전화로 문의하고 있어, 곤혹스러운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확한 정보 전달이 시민들에게 되지 않아 단위 농협으로 많은 시민이 마스크를 구매하러 온다”며 “시민과 직원들이 이중고를 겪는 중”이라고 토로했다.

경북지역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이날 오전 포항시 남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주부 송미경(53·여·대이동)씨는 “마스크 물량이 풀린다는 뉴스를 보고 새벽부터 편의점과 약국, 하나로마트를 들렀지만, 마스크는 단 한 장도 구하지 못했다”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대이동 우체국을 방문한 시민들은 “대구와 청도를 비롯해 공급 여건이 취약한 읍·면 지역의 우체국에서만 마스크를 판매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마스크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직원의 설명을 듣고, 발을 동동 굴렀다.

‘우체국쇼핑’과 ‘농협몰’ 등 온라인판매처 역시 마스크를 구매할 수 없었다. 오전 한때 서버가 마비될 정도로 접속자가 폭주했지만, 실제 판매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우정사업본부는 정부발표와 달리 다음달 2일 오후부터 마스크를 판매할 예정이라고 이날 우체국쇼핑 공지를 통해 안내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전국 3천여개 우체국에서 모두 판매할 수는 없다”며 “어느 우체국에서 판매할지, 가격은 어떻게 해야 할지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 확정되는 대로 추후 안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일 마스크 물량을 확보해 판매하겠다던 정부의 공식발표가 ‘가짜뉴스’였던 꼴이다.

시민 김모(35) 씨는 “정부에서 대구·청도에 확진자들이 많아 마스크를 우선적으로 27일부터 오프라인에서 판매한다고 해놓고 세부적인 시간이나 상황은 전혀 전해주지 않아 시민들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면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국가에서 해야 하는 일 아닌가. 더는 국민을 우롱하지 말아달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정부는 ‘마스크 수급 안정 긴급브리핑’을 열고 “기존 계약에 따른 위약금 등의 문제로 생산업체와 공적 판매처 간 세부협의가 진행중인 곳도 있다”며 “500만장 규모의 정상 공급체계를 구축하는 데는 다소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최대한 조속히 구축을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28일부터 우선 공적 마스크 100만장을 전국 약국을 통해 판매하며, 이 중 23만장을 대구·경북 지역에 우선 공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재욱·이시라기자

    김재욱·이시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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