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광동화작가
김일광
동화작가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우리나라를 덮쳤다. 대구·경북에 확진자가 넘쳐 나면서 거리에서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가게 앞에는 아예 ‘마스크를 끼고 들어오세요’라는 안내문을 붙여두고 있다. 그야말로 마스크 없이는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되었다. ‘우한 폐렴’으로 불리던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혼돈에 빠뜨리고 말았다.

중국 역사를 보면 기원전부터 주기적으로 큰 역병이 발생해 수많은 사람들이 쓰러져 갔다. 심지어 왕조까지 교체되는 일도 있었다. 심지어 중국 역병에 대한 기록은 갑골문에 남아있을 정도이다. 그 이웃에서 그들과 교류하면서 살아야 했던 우리는 중국에서 발생한 역병을 피해갈 수가 없었다. 이번 코로나19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겠다.

대구·경북은 코로나19와 무척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다.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으로 뛰어들고 있는 의료인, 확산을 막기 위해 휴식도 없이 매달리고 있는 공무원들의 노고가 눈물겹다. 대구시 남구청장의 눈물이 주는 메시지를 우리는 읽어야 한다. 이 와중에 중국을 봉쇄하지 않았다고 타박하는 정치인들이 있다. 이동이 느린 옛날에도 중국발 감염병을 막을 수 없었다. 이웃 나들이만큼이나 쉽고 빠른 오늘날에 출입국자를 통제하는 일은 쉽지 않다. 더구나 우리의 경제 구조로 볼 때 만만한 일은 아니다. 이런 타박은 현장에서 애쓰는 의료인과 공무원들의 용기를 꺾는 일에 다름 아니다. 만약 이번 사태 과정에서 잘잘못이 있다면 사태 진정 후에 그 책임을 따져 물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대구·경북을 혼돈에 빠뜨린 신천지 집단은 정부의 통제와 지시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감염된 사실로만 보면 피해자인 것이 맞다. 그러나 이를 감추거나 숨는 순간부터 가해자가 되는 것이다. 온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범죄자인 것이다. 우리 사회 안에서 건전하게 활동하는 종교집단이라면 정정당당하게 나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 위기의 시기에 스스로 집단의 정체성을 확인해 볼 필요도 있다고 본다.

모두가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 정부, 정치권, 국민이 각자 역할과 임무를 제대로 알고 바로 실행해야 한다.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들은 언제든지 검사소를 찾아서 마음 편하게 검사받아야 한다. ‘코로나 3법’이 통과되었다. 감염병 의심자가 검사나 격리, 입원 치료 등 정부의 통제와 지시를 거부하면 처벌을 받는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국민들은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등 개인위생으로 서로의 건강을 지켜주려는 배려가 필요하다. 특히 정치권은 코로나19 조기 종식을 위해 당파의 이익을 떠나서 협력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인간의 오만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생태계의 불평등이 오늘의 사태의 중요한 원인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과거 사스와 메르스 사태도 바이러스 변이에 사향고양이, 낙타 등 중간숙주가 존재하였다. 이번에는 박쥐와 천산갑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인간이 자연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게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이러스 변이에 의한 이런 사태가 더욱 잦아질 것이라고 한다. 생태교육이라는 명분으로 유치원, 학교 교실로 공공연하게 야생동물을 들이는 일이 있다. 이를 마치 친환경인양 포장하기도 한다. 어디 그뿐인가. 어떤 경로를 통하는지는 모르지만 세계 곳곳의 야생동물이 거침없이 우리네 안방 노리개로 들어오고 있다. 이번 사태가 생명에 대한 존중심을 잃어버린 인간에게 주는 경고는 아닐까. 액병의 환란이 우리 스스로 반성할 일은 없는지 돌아보는 기회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