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유례없는 괴질 코로나19 재앙으로 온 국민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는 가운데, 전국에 ‘착한 임대인’ 붐이 일고 있다는 소식은 끝내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힘을 준다. 대구 서문시장 일부 건물주들이 휴업 기간에 임대료를 받지 않거나 인하하기로 하는 등 전국에서 미담들이 쏟아지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불러온 환난을 딛고 우리가 기어이 다시 일어날 단서가 위정자들이 아닌 국민 속에서 일어나고 있음은 참으로 감격스러운 일이다.

대구 수성구의 3층짜리 건물을 소유한 윤모 씨, 중구 한 고깃집 건물주, 달서구의 한 닭갈비 가게 건물주들이 휴업 기간 임대료를 받지 않거나 인하하는 선행을 줄줄이 이어가고 있다. 대구뿐만이 아니다. 서울 남대문시장 점포 중 4천여 개 점포의 건물주들은 임대료를 낮춰 주기로 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송정역시장, 부산의 대표적 카페 거리인 전포카페거리, 강원도 속초관광수산시장의 건물주 등도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복합쇼핑몰 ‘트리플스트리트’의 150여 개 점포, 전주한옥마을 건물주들, 전주 전통시장과 옛 도심 건물주 110여 명 등을 포함해 25일까지 정부가 파악한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한 임대인은 전국 166명에 2천828점포에 달한다. 정부·여당도 착한 임대료를 확대 장려할 수 있는 지원책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특히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내린 건물주 등에게 인하한 임대료 일부를 세제 혜택 등으로 보상해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코로나19 창궐 이래 전국의 골목상권은 완전히 빈사 상태다. 영업시간임에도 빈 상점 안에서 핏발 선 눈으로 마스크를 낀 채 망연히 허공만 쳐다보고 있는 상인들이 태반이다. 도무지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유통공간의 비극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 대구·경북의 횡액을 조롱하듯 실책·실언을 연발하는 위정자들이 제발 각성하여 사후 대책까지 완벽하게 수립해 실천해야 할 것이다. 희망의 싹을 키우고 있는 국민의 자발적인 ‘착한 임대인’ 붐을 바라보면서, 이 나라 지도자들은 성찰하고 또 성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