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자서전’

김동욱 지음·글항아리 펴냄
역사·1만4천원

인간은 누구나 크고 작은 조직의 일원으로 살아간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지도자를 만나 관계를 맺는다. 조직의 성패를 좌우하는 이들의 지도력은 사회가 발전하는 속도와 진행 방향에 영향을 미치고 종국에는 역사를 바꾼다.

신간‘권력의 자서전’(글항아리)은 역사의 주목을 받았던 열두 명의 인물을 추적해 존경 받는 지도자의 표상과 그 반대의 사례들을 ‘열쇳말’로 집약해 소개한다. 늘 군대의 선봉에 섰던 알렉산더 대왕의 ‘솔선수범’과 도덕국가를 꿈꿨던 공자의 ‘비전’, 출신이 아닌 능력만으로 사람을 평가했던 칭기즈칸의 ‘개방’적 사고, 삶에 어둠이 드리워진 순간에도 ‘학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던 마키아벨리, ‘공포’로 조직을 다스렸던 발렌슈타인 그리고 관료제의 폐해를 온몸으로 겪은 합스부르크 제국의 펠리페 2세의 ‘근면’…. 이들의 사례를 통해 당시의 사회적 배경과 역사적 사건을 복기하고 더 나아가 무엇이 이들을 성공 혹은 파멸로 이끌었는지 성찰한다. 문장의 행간에 담긴 거장 선학들의 통찰이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삶의 진리를 안겨준다.

저자 김동욱씨는 서울대 서양사학과를 졸업한 뒤 2000년부터 한국경제신문 기자로 활동하며 한경닷컴에서 ‘김동욱 기자의 역사책 읽기blog.hankyung.com/raj99’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역사 지식과 취재 현장의 경험을 접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마키아밸리
마키아밸리

△마키아벨리의 ‘학습’: 절망을 위대함으로 바꾼 사상가

르네상스기를 지나면서 국민국가의 성립기에 이른 이탈리아는 위기에 직면하게 되는데, 이때 본래 공화주의자였던 마키아벨리가 군주에게 책략과 무력을 함께 사용하도록 권고한다. 이것은 인간해방의 문제가 인간 개인의 도덕적 견지나 이상주의적 인격의 차원에서는 극복할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마키아벨리가 19년간 집필한 ‘군주론’은 각종 교훈을 담고 있으며 많은 ‘지배자의 스승’이 돼 현재에도 널리 읽히고 있다.

 

그루시
그루시

△그루시의 ‘맹목’: 국가의 운명을 비극으로 이끌다

1815년 워털루에서 프랑스군의 에마뉘엘 드 그루시 원수는 ‘맹목’으로 나폴레옹의 명운이 걸린 전투의 패배를 불러왔다. 프랑스군과 영국군의 주력이 박빙의 접전을 벌이던 상황에서 전 병력 3분의 1을 거느리던 그루시가 가세했더라면 프랑스군이 결정적 승리를 거둘 수 있었지만 그는 “프로이센군을 추격하라”는 나폴레옹의 첫 명령에만 집착해 승리의 기회를 날려 버린 것이다.

 

스탈린
스탈린

△스탈린의 ‘변신’: 20세기 괴물의 탄생

제정 러시아 헌병대가 ‘가장 잡기 힘든 인물’로 목록에 올렸던 이오시프 스탈린은 잔혹함 이면에 또 다른 면모를 지니고 있었다. 저자는 스탈린이 신출귀몰하게 ‘변신’하는 모습에 집중해 키워드를 뽑아냈다. 20세기 괴물로 불렸던 스탈린의 ‘변신’은 러시아 역사에 핏빛으로 고스란히 녹아 있다. 스탈린은 레닌이 경계할 만큼 영리했고 자유롭게 행동했으며 편견 없는 유연한 사고로 러시아 정계를 사로잡았다. 그러나 저자는 스탈린의 박약한 윤리 의식과 복잡한 여성 편력, 권력을 향한 공포스러운 집착을 지적하며 그가 러시아를 파멸로 이끌었다고 설명한다.

 

발렌슈타인
발렌슈타인

△발렌슈타인의 공포 :전쟁과 폐허의 악마

근대를 낳은 17세기의 30년 전쟁 때 신성로마제국 지휘관 발렌슈타인을 설명하는 키워드는 ‘공포’다. “모든 땅이 파괴되고 나서야 평화가 올 것”이라던 공언대로 그는 승리를 위해서라면 대량 살상과 파괴를 서슴지 않았다. 아침에 너무 일찍 깨웠다는 이유로 하인을 찔러 죽이는 등 아랫사람에게도 잔혹하기 이를 데 없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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