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종 경북대 교수
김규종 경북대 교수

‘코로나19’가 극성이다. 코로나19는 애초 ‘우한폐렴’이나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불리다가 질병관리본부 건의로 코로나19로 사용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지난 2월 11일 감염증의 정식명칭을 ‘COVID19’로 결정했지만, 영어표현이 길고 생소해 코로나19로 부르기로 했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대구와 경북의 확진자가 압도적으로 많아서 지역 거주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천지 대구교회와 청도 대남병원 확진자가 전체 확진자의 70% 가까운 비중을 점하고 있다는 사실은 적잖게 충격적이다.

중국 호북성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를 막아보자면서 통합당과 보수언론이 줄기차게 주장한 것은 ‘우한폐렴’과 ‘중국인 입국금지’였다. 2015년에 마련된 세계보건기구 명명법 기준에 따르면 특정지역 이름을 따서 감염병 명칭으로 삼는 것은 국제법상 올바르지 않다. 정부는 1월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우한폐렴’ 대신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라는 명칭을 권고했다고 한다. 하지만 통합당 전신인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은 우한폐렴 명칭을 고수했다.

대구와 경북에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자 보수언론은 대구 경북 거주민을 우롱하는 언사를 서슴지 않았다. 2월 20일 ‘중앙일보’에 “파장 커지는 TK 코로나”를 필두로 2월 21일 채널A는 “대구 코로나”, SBS는 “대구 고담시티”, 연합뉴스 텔레비전은 “대구발 코로나”를 줄지어 보도한다. 여당 국회의원과 대구시장이 대구와 경북을 모욕하지 말라고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해야 할 정도로 대경 지역민을 폄훼하고 모독하는 짓을 서슴지 않은 것이다.

가관인 것은 ‘우한폐렴’을 주장한 통합당 의원이 “대구 코로나” 명칭에 반대한다는 사실이다. 그는 “중국에 혹시나 흠이 갈까 봐 우한폐렴이라고 부르면 안 된다고 펄쩍 뛰던 사람들이 이제 아예 대구 코로나라고 부르나”라는 희한한 논리를 전개한다. 그에 따르면 정부가 우한폐렴 대신 코로나19를 사용하는 것이 중국 눈치 보기나 사대주의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한폐렴은 되고, 대구 코로나는 안 된다는 논리는 어디서 나왔는지 궁금하다.

2월 20일 통합당 원내대표 일갈도 흥미롭다. “국민이 알기 쉽게 맨 처음에 사용했던 우한폐렴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지금 정부가 중국 눈치를 너무 보고, 제대로 대응조치를 하지도 못하면서 중국 심기만 살피고 있기 때문에 이를 부각하기 위해서라도 일부러 지금 우한폐렴 명칭을 쓰고 있다.” 국민의 낮은 눈높이를 고려하고, 정부의 대중국 저자세를 비난하려고 우한폐렴 명칭을 고수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초기에 중국을 오가는 항공기 운항을 금지한 이탈리아에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은 중국인 입국금지를 주장하는 자들의 단견을 웅변한다. 바이러스가 행정적인 국경을 따라 이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조차 모르기 때문이다. 엄중한 환란을 맞이하여 정쟁을 중단하고 국민과 더불어 현명하게 대처하는 자세가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