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다. 코로나19의 창궐로 전국이 끔찍한 공포의 도가니로 변해 있는데, 집권세력들은 ‘신천지’ 때려잡기, 책임 뒤집어씌우기에 노골적으로 나섰다. 당·정·청 회의에서는 대구·경북에 대해 ‘최대한의 봉쇄정책’을 시행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가 반발이 확대되자 괴발개발 해명하기에 바쁘다. 나라를 이 꼴로 만든 무능을 사과하기는커녕 ‘남 탓’ 바이러스에 찌든 집권세력의 모습에 통탄이 절로 나온다.

궤변 대장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또 등장했다. 그는 유튜브 방송에서 서울·경기 지역의 대응을 찬양하는 한편, 대구·경북 지자체장들을 겨냥해 “신천지에 협조해달라고 애걸복걸하는 게 무슨 공직자냐”고 비난하는 등 천박한 진영의식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질수록 문재인 정부 주요인사들과 그 지지층의 황당한 이중잣대와 핑계가 가관이다. 불과 5년 전 박근혜 정부 당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터지자 혹독하게 물어뜯던 같은 입으로 감염자가 많이 나온 신천지교회에 온통 책임을 돌리는 비겁한 모양새다.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 김경수 경남지사 등 지자체장들은 모든 책임을 신천지교회에 덧씌우기에 바쁜 모습이다.

소위 ‘문빠’ 또는 ‘대깨문’이라고 불리는 극렬 지지층들의 언행은 경악을 부른다. 친문 성향 커뮤니티에는 “코로나19 사태는 미래통합당의 고의로 일으킨 테러”라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에다가 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신천지와 연관이 있다는 황당한 선동마저 등장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문빠들이 또다시 ‘새누리=신천지’라는 선동에 들어간 모양인데, 옛날 나꼼수 김용민이 했던 선동의 재탕”이라고 분석했다.

‘경제만이 아니라 나라가 거지꼴’이라는 국민의 한탄이 들리지 않는가. 집권 초기부터 ‘전 정권 탓’만 거듭하며 온갖 실정(失政)을 변명하던 정권이 온 국민을 돌림병 앞에 속수무책 내몰고도 더러운 ‘남 탓’에만 골몰하는 것은 통탄할 노릇이다. 정권의 무능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국민의 적극적인 협조를 구하는 모습을 보여줄 염치는 정녕 없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