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기자가 만난 경북사람
代 이어 기부·선행 실천하는 이경하 포항 청솔밭 대표

청솔밭이 주최한 다문화가정 합동 결혼식.
청솔밭이 주최한 다문화가정 합동 결혼식.

자본주의사회라는 정글에서 많은 돈을 가지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그보다 더 쉽지 않은 건 ‘돈을 가치 있게 쓰는 것’ 아닐까?

1983년 포항에서 맨손으로 조그만 식당을 시작한 사람이 있다. 처음엔 작은 규모의 경로잔치를 동네 어르신들께 열어줬다. 사업이 커가면서는 건강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의 보험료를 대신 내주고, 형편 어려운 학생들에겐 장학금을 쾌척했다. 소외계층과 다문화가정의 부부들에겐 결혼식을 열어주고, 효자와 효부에겐 상을 줬다. 청솔밭 이지곤 회장 이야기다.

청솔밭이 최근 세대교체를 했다. 대표가 바뀐 것. 기부와 선행이라는 사회 공헌 활동을 꾸준히 진행해온 아버지의 뒤를 이어 청솔밭 경영을 맡게 된 이경하 대표를 만났다. 아래는 이 신임대표가 들려준 ‘지나온 20년과 앞으로의 20년’에 관한 이야기를 요약한 것이다.
 

1983년 갈비집 경영 시작으로
웨딩·외식업 키운 이지곤 회장
정기적 경로잔치·장학금 지원
다문화가정 무료결혼식까지
20년간 사회공헌활동 펼쳐와
지난달 경영 승계한 이경하 대표
봉사·기부 일상처럼 보고 자라며
경영수업 과정도 차근차근 밟아
“아버지가 닦아온 20년 발판 삼아
앞으로 20년 더 매진” 포부 밝혀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1975년 포항에서 태어났다. 대부분을 이곳에서 살았고 학생 때는 사회복지학을 공부했다. 석·박사 과정에선 경영을 전공했다.

-사회복지와 경영학을 전공한 이유가 있는지.

△부모님이 37년 전에 조그만 식당을 시작했고, 그때부터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 주는 걸 보며 자랐다. 어릴 때부터 그런 모습을 일상처럼 봐왔다. 나 역시 작으나마 세상에 무언가를 나눠주고 싶었다. 사회복지는 그래서 공부하게 됐다.

이후엔 ‘내가 만약 돈이 많다면 도움의 크기도 더 커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경영에 관심이 생겼다. 어릴 땐 식당을 하며 고생하는 부모님 모습이 보기 싫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1990년대 초반부터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거나 연구할 때 항상 나를 곁에 뒀다. 자연스레 경영 수업이 된 것 같다.

지역사회, 직원들과 함께 더불어 성장하고 싶다고 말하는 청솔밭 이경하 대표.
지역사회, 직원들과 함께 더불어 성장하고 싶다고 말하는 청솔밭 이경하 대표.

-청솔밭은 뭘 하는 업체이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운영하고 있는가.

△1983년 아버지가 갈비집을 열었다. 그걸 시작으로 한정식집을 거쳐 1993년 청솔밭뷔페를 창업했다. 그게 포항 최초의 뷔페라고 알고 있다. 2000년부터 웨딩사업도 병행하기 시작했다. 간단히 말하면 외식사업과 웨딩사업을 하는 업체다. 현재 티파니웨딩과 더 원 뷔페를 운영 중이다.

아버지는 ‘나눔’과 ‘더불어’의 정신을 자주 이야기한다. 또한 ‘항상 먼저, 항상 새롭게’라는 혁신의 마음가짐을 강조한다. 그것과 함께 직원들, 거래처, 지역사회와의 믿음을 지켜가야 한다고 말했다.

-얼마 전부터 청솔밭 경영을 맡게 됐다. 아버지가 들려준 당부는.

△지난달 20일에 대표 이·취임식을 진행했다. 말에 앞서 항상 실천으로 보여주시던 아버지였다. IMF 등 경제 불황 때도 포기하지 않고 우직하게 한길을 걷는 모습, 시련이 닥쳐도 흐트러짐 없이 자신의 의지대로 밀고 나가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다. 나 또한 ‘왜 안 되는가, 노력하면 뭐든 할 수 있다’는 태도를 잃지 않으려 한다. 그것이 초심을 지키는 것 아니겠는가.

-아버지에 이어 대표를 맡고 보니 어떤가.

△청솔밭 직원은 일용직을 포함해 100명이 넘는다. 아버지가 그동안 해왔던 일들의 의미를 그분들과 함께 진지하게 돌아봤다. 20년의 시간을 되돌아본다는 것은 다가올 20년을 준비한다는 의미다. 앞서 아버지가 해온 일을 발전적으로 계승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나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지역사회와의 협조, 직원들과의 화합을 통해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어가겠다.

-형편이 어려워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사람들, 다문화가정을 위해 무료 결혼식을 여러 차례 올려줬다.

△예전에 식당을 할 때는 경로당 등에서 소박한 잔치를 열곤 했다. 아무것도 없이 시작한 아버지는 사업으로 얻은 수익의 일정 부분을 사회에 돌려주겠다는 다짐을 오래전부터 했었다. 웨딩사업을 시작하면서 매년 4월 무료 결혼식을 진행하고 있다. 하객들에겐 식사도 대접한다. 신혼여행지도 아버지와 내가 미리 답사하곤 했다.

결혼식 이후에도 연락하며 잘 살고 있는지, 어려움은 없는지를 묻고 있다. 현재까지 약 200쌍의 부부가 티파니웨딩에서 무료 결혼식을 올렸다. 내가 대표로 있는 동안은 이런 전통을 이어갈 생각이다.

청솔밭은 저소득층 건강보험료를 15년째 지원해왔다.
청솔밭은 저소득층 건강보험료를 15년째 지원해왔다.

-사단법인 ‘효 실천회’도 창립한 것으로 안다.

△2013년에 만들어졌다. 효자·효녀·효부가 드물어진 세상이니 효의 이념을 실천하는 이들을 격려하기 위해서였다. 지금은 포항 지역에서 학생들에게 인성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1년에 2번쯤 해당 분야 강사를 초청해 학생들에게 효 관련 강의를 들려준다. 때마다 200명 이상의 아이들이 모이고 있으니 성공적이라고 본다. 강의 후에는 자신의 감상을 적어 보내오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어려운 가정에 건강보험료를 대납해주고, 장학금도 기부하는 것으로 안다. 세속적인 질문이지만 그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건강보험료 대납은 2006년부터 해왔다. 처음엔 1년에 600만원으로 시작해 지금은 매년 12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돈이 없어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에서다. 건강보험공단을 통해 지원 대상자를 선정하고 있어 우리는 누가 혜택을 받는지 모른다.

다만, 몇 해 전 울릉도 주민 중 한 분이 치료를 받은 후 어렵사리 연락처를 알아내 감사의 말을 전해왔다. 그때는 우리가 그분에게 더 고마웠다. 장학금의 경우엔 2016년부터 매년 12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많지 않은 금액이지만, 형편 어려운 학생들이 꿈을 키워 가는데 작은 도움이 됐으면 한다.

-여러 가지 사회 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이유나 계기가 있었는지.

△앞서 말했듯 아버지는 빈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누구보다 없는 사람의 고통과 힘겨움을 잘 안다. 그런 이유로 사회적·경제적 그늘 아래 있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 아버지는 드러내지 않고 다른 사람을 돕는 걸 좋아한다. 그런 모습이 존경스럽다. 그 연장선에서 나 역시 지역사회, 협력업체, 직원들과의 약속을 꼭 지키려한다. 내가 어려운 상황이 오더라도 그들과의 신뢰 관계를 깨지 않을 것이다.

-웨딩사업과 외식사업을 하면서 느끼는 보람과 어려움은.

△청솔밭은 단순히 결혼식만 올리는 장소가 아닌 문화공간으로 발전하려 노력해왔다. 포항의 결혼문화를 선도해왔다는 자부심도 없지 않다. 여기선 결혼식, 돌잔치, 칠순 잔치 등이 열린다.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늙을 때까지 기념할만한 즐거운 일들 대부분이 이 공간에서 연출된다. 인생의 가장 소중한 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 곁에서 함께 웃어주고 즐거워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보람이다.

다문화가정의 부부들을 오래 봐왔다. 예전에는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런 문제들이 상당 부분 해소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다.

-2명의 아들에겐 어떤 사람이 되라고 조언하는지.

△별다른 건 없다. 그저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남과 더불어 살아가라고 말한다.(웃음) 나부터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주면 애들도 자연스레 거기서 뭔가를 배우지 않겠는가. 내가 부모님을 보며 지금의 내 생각과 태도를 정립했듯이.

-청솔밭의 올해 경영 목표와 향후 청사진은.

△대표에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이 거창한 목표와 먼 미래를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만 최근 열린 ‘비전 선포식’에서 이런 말을 했다. “지역사회의 경기가 어려워지면 우리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려운 시기를 힘 모아 이겨내면 더 큰 기회가 오고, 그 기회는 희망의 다른 이름이 될 수 있다”고.

아버지가 닦아온 지난 20년을 발판으로 앞으로 20년 동안 지역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면서 청솔밭을 운영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양심을 지키면서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하고, 더 많은 사회 공헌 활동을 하면서 포항과 더불어 성장하고 싶다.

아버지는 ‘ 나눔’ 과 ‘ 더불어’ 의
정신을 자주 이야기한다.
또한 ‘ 항상 먼저, 항상 새롭게’ 라는 혁신의 마음가짐을 강조한다.
그것과 함께 직원들, 거래처,
지역사회와의 믿음을 지켜가야
한다고 말했다.
말에 앞서 항상 실천으로 보여주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따라
초심을 지켜내야 하지 않겠나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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