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공실 증가에 매출도 급하락
건물주들, 임대료 인하 동참 늘어
임대인·임차인 상생 코로나 극복

24일 포항시 북구 양덕동에 위치한 한 부동산에 상가임대 전단지가 빼곡하게 붙어 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포항지역 건물주들이 점포 임대료를 인하하거나 동결하는 이른바 ‘상가임대료 인하 운동(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판매 부진 등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이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임대인들이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낮추면서 지역 내 상생 분위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전주 한옥마을 건물주들이 시작한 이 운동은 상가건물주와 세입자가 협의해 임대료를 낮추거나, 일정 기간 상가와 사무실 등을 무료로 빌려주는 ‘렌트-프리(rent free)’ 등이 주요 내용이다. 부동산 업계는 상가의 공실이 장기화하는 것을 막고자 임대인들이 생각해 낸 자구책 중 하나로 풀이하고 있다. 실제로 포항은 지난해 4월 기준 상가 공실률이 9.4%에 달한다. 10곳 중 1곳이 비어 있는 셈이다. 공실률은 장량동이 23.7%로 가장 높았고, 상대동 22%, 우창동 21%, 청림동 17.2%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북구 양덕동의 행운공인중개사 송지홍 대표는 “코로나가 발생한 후 매출이 급격하게 줄면서 가게를 내놓은 업주들이 작년과 비교하면 10% 정도 늘었다”며 “인근 지역에 빈 점포가 60% 정도 되는 것 같은데, 건물주들은 상가가 장기간 비어 있는 것보다 임대료를 많이 낮추더라도 세입자가 계속 장사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양덕은 불과 2∼3년 전 대로에 인접한 상가의 임대료가 월 600∼700만원 이었는데, 최근에는 절반 수준인 300∼350만원까지 낮아졌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 이모(39·여·두호동)씨도 “건물주는 임대료를 대폭 깎아서라도 임차인이 들어오는 걸 환영하는 상황”이라며 “임대료 합의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윈윈(win-win)하는 방법의 하나”라고 말했다.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한 건물주들의 소식도 이어지고 있다.

양덕동의 한 건물주 백모(53)씨는 “지진 이후에 코로나 사태까지 덮치면서 상인들이 존폐의 위기에 처한 걸 느끼고 있다”며 “현 상황에서는 건물의 임대료를 낮추는 게 상생하는 유일한 방법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또 “다른 사례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건물주 대부분이 자발적으로 임대료 인하에 동참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형석 전 중앙상가 상인회 회장은 “건물주들은 경기가 좋았을 때 많은 호황을 누렸고, 이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을 때는 세입자들을 배려해줘야 한다”며 “앞으로 임대인과 임차인 간 양보와 이해가 더 필요한 시대로 바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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