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지사, 국토교통부에
대구~제주 항공노선 중단 건의
논란 일자 “마음 다치게 해 죄송”

대구·경북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대구·경북 봉쇄설’이 나돌고 있다. 특히, 항공기 잠정중단 건의 등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역민의 반발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23일 SNS에서는 ‘대구는 중국의 우한’이라거나 ‘코로나19 진원지 대구’, ‘대구·경북 폐렴’이라는 내용의 글들이 꾸준하게 게시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구와 경북을 봉쇄해야 한다’는 글들이 리트윗되고 있다.

급기야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21일 대구∼제주 항공노선의 잠정 중단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하며 ‘대구·경북 봉쇄설’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실제로 제주항공은 오는 24일 오후 제주발 대구행 항공편부터 29일까지 엿새간 두 도시를 오가는 항공편 운항을 한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대한항공도 23일 오전 11시25분 제주발 대구행 항공편을 시작으로 오는 24일까지 이틀간 두 도시를 오가는 항공편 8편의 운항을 한시적으로 중단한다고 23일 밝혔다.

이에 대해, 지역민들은 “대구·경북은 코로나19의 진원지가 아니라 피해지역”이라며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대구·경북을 봉쇄하라는 것은 죽으라는 말과 다름없다”며 반발했다.

대구와 경북 출신의 누리꾼들은 “대구시민들 앞으로 제주도 안 갈 거예요”, “제주를 폐쇄하세요. 그게 빠를 겁니다. 전국이 힘든데 같이 힘 모을 생각을 하셔야지 답답하네요” 등의 비난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인 원희룡 제주지사가 보수 우파 정당의 지지기반인 대구·경북지역의 민심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지역민들은 “통합당 의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보수의 성지’이라거나 ‘보수의 심장’ 등의 극찬을 일삼다가 정작 힘든 상황이되니 최고위원이 나서서 대구·경북 패싱을 시도하는 격”이라며 힐난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23일 “대구시민은 우리 이웃이 아파할 때 함께 아파했고 작은 힘이나 보탰으며 힐난하거나 비난하지 않았다”면서 “대구시장인 저를 욕할지언정 대구시민을 비난하지 말아주시고 우리 대구를 조롱하는 일은 하시지 말아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상황이 악화되자, 원희룡 지사는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는 22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구시민 여러분의 마음을 다치게 해드린 것 같아 죄송하고 긴장 상태에서 진행된 회의와 실무부서의 조치를 제가 미처 깊이 살피지 못했다”며 “이는 그 누구도 아닌 제가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것이며 가장 큰 어려움에 부닥친 대구시민에게 더한 아픔을 드린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고 송구한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김영태기자

    김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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