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포항시, 잇따른 확진자 발생에
동선 확인전화 등 불안감 고조
시민들 바깥출입 자체적 자제
시장·상가·거리엔 적막감만
‘코로나19 불똥튈까’ 노심초사

지난 22일 포항시 북구에 위치한 죽도시장은 코로나-19의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손님이 급격히 줄어 한산한 모습이다. /이시라기자

“이제는 집 밖으로 나오는 게 두려워요.”

포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이어 추가되며 며칠 사이 포항시는 텅 빈 거리와 문 닫은 가게가 즐비한 ‘유령도시’로 변해 버렸다. 특히 코로나-19의 확진자에 대한 동선이 공개되자 해당 경로를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뚝 끊긴 상태다.

지난 22일 오후 경북 동해안 최대 전통시장인 죽도시장은 주말이 무색할 정도로 썰렁한 모습이었다.

좌판의 절반 이상은 영업을 하지 않았고, 영업을 하고 있는 몇몇 가게도 손님이 없어 퇴근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상인들은 “길에 개미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며 혀를 내둘렀다. 청과물을 파는 김모(77·여)씨는 “20년 동안 장사를 하면서 이렇게 손님이 없는 건 처음 본다”며 “예전에 메르스 때문에 전국이 난리났을 때도 포항은 이 정로 타격을 입지 않았다. 손님들뿐만 아니라 상인들도 겁이 나서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는 오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침 강정가게의 상인이 시식용 제품을 선보이며 손님을 끌어보려고 했지만,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은 팔짱을 끼면서 옆 사람과 부딪히지 않으려고 애썼다.

포항시민 안모(63)씨는 “제사 용품을 사려고 어쩔 수 없이 시장에 들렀다”며 “마스크를 쓰긴 했는데 불안해서 필요한 장거리만 하고 빨리 집으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답했다.

중앙상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평소 같으면 시내는 봄나들이를 나온 가족과 연인, 친구로 붐볐을 테지만 코로나 여파로 썰렁했다.

코로나 확진자가 인근 음식점에 들렸다는 소문이 알려지면서, 임시휴업에 들어간 가게도 많았다.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35)씨는 “여유가 있으면 가게 문을 닫았을 텐데 한 푼이 아쉬워서 오늘도 장사해야 하는 상황이다”며 “매출은 90% 이상 줄었고, 그나마 배달로 간신히 버티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나도 모르는 사이에 확진자가 우리 가게에 들렸다가 시민들 사이에 소문이라도 나면 그때는 정말 장사가 망하게 된다”며 “한 번 낙인 찍힌 식당은 이미지의 회복이 어려울 것 같아서 차라리 내일부터 며칠 동안 장사를 접을까 고민하고 있다” 말했다.

확진자가 잇따라 발표된 후 지역 보건당국에 문의전화가 폭주하면서 수차례에서 수십차례 통화를 시도해야만 겨우 연결이 가능하자 이에 따른 시민들의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 또한 코로나에 관심은 많지만, SNS 등에 서툰 어르신들 사이에서도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확진자의 동선 관련 정보를 얻기위해 사용자가 몰리며 포항이나 구미 등은 시청 홈페이지가 마비되기도 했고, 아파트 등의 공동주택은 관리실로 관련 정보를 문의하는 전화가 폭주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일부 시민들은 시청으로부터 재난 문자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등 곳곳에서 삐걱대는 재난 관리 체계가 목격되고 있다.

한편, 신천지 측이 홈페이지(https://www.shincheonji.kr/bv_coronaAddress_9528)에 ‘신천지예수교회 전국 교회 및 부속기관 주소지 현황’을 밝히며 각지의 신천지 기관이 주목을 받고 있다. 포항의 경우 구 장성동 행정복지센터 인근에 있는 신천지 교회의 예배당은 ‘관계자 외 출입 금지’라는 안내문이 붙은 채 굳게 닫혀 있었다. 해당 건물의 엘리베이터는 방역을 마친 듯 코를 찌르는 듯한 알코올 냄새로 가득했다.

잡화점을 운영하는 이모(50)씨는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은 예배하러 오는 사람들로 붐벼서 도로는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였다”며 “확진자가 이 교회를 다녀갔다는 말이 나오면서 근처에 있는 우리 가게를 찾는 손님은 단 한 명도 없어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전했다.

그는 또 “혹시나 다른 확진자가 우리 가게에 들어오지 않았을까 걱정된다”며 “출입문 손잡이를 몇 번이나 소독을 했지만 그래도 무섭다”고 말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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