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의 귀는 무려 240km 떨어진 곳의 빗소리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합니다. 대구에서 비가 내리면 서울에서 그 소리를 감지하는 능력이 코끼리에게 있다는 의미지요. 놀라운 청력입니다. 코끼리들이 빗소리에 민감한 이유는 건조한 초원에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 멀리 내리는 빗소리를 잘 감지해서 비가 오는 지역으로 이동해야만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 역사학자 헤로도토스는 “이집트는 나일강의 선물이다”는 말을 했습니다. 나일강의 범람이라는 자연재해, 곧 역경은 오히려 이집트 문명이 발달할 수 있는 토대가 되다는 의미였습니다.

해마다 반복하는 범람 시기를 예측하기 위해 천문학과 태양력이 자연스럽게 발달했고 범람 후 경지 측정을 위해 기하학이 눈부시게 발달했습니다. 범람을 막기 위해 제방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도르래와 수레를 발명했습니다. 이런 기술력은 훗날 피라미드 공사를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 되었지요. 결핍은 이집트인들에게 불타오르는 극복 의지를 일깨웠습니다.

플라톤은 사람이 행복하기 위한 조건으로 다섯 가지를 말합니다. 첫째 먹고 입고 살기에 조금은 부족한 듯한 재산. 둘째 모든 사람들이 칭찬하기에는 약간 부족한 외모. 셋째 자신이 생각하는 것의 절반밖에 인정받지 못하는 명예. 넷째 남과 겨루어 한 사람은 이겨도 두 사람에게는 질 정도의 체력. 마지막으로, 연설했을 때 듣는 사람의 절반 정도만 손뼉을 치는 말솜씨를 꼽았습니다. 적당한 결핍이 행복의 조건이라는 뜻입니다. 삶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나날의 삶 속에 행복이 있다는 것이 플라톤의 생각입니다.

풍족한 환경에서 늘 평온한 삶을 누리는 가운데는 간절함이 생기지 않습니다. 결핍은 간절함을 선물하고 그 선물은 우리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행복의 기초를 이룹니다.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