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동 범

도로 위에 납작하게 누워 있는 개 한 마리.

터진 배를 펼쳐놓고도 개의 머리는 건너려고 했던 길의 저편을 향하고 있다.

붉게 걸린 신호등이 개의 눈동자에 담기는 평화로운 오후. 부풀어 오른 개의 동공 위로 물결나비 한 마리 날아든다.

나비를 담은 개의 눈동자는 이승의 마지막 모퉁이를 더듬고 있다.

개의 눈 속으로, 건너려고 했던 저편, 막다른 골목의 끝이 담긴다.

개는 마지막 힘을 다해 눈을 감는다. 골목의 끝이, 개의 눈 속으로 사라진다.

출렁이는 어둠 속으로 물결나비 한 마리 날아간다.

납작하게 사라지는 개의 죽음 속으로

도로를 횡단하다가 차에 치여 죽어가는 개의 눈동자에 물결나비 한 마리가 날아든다. 개의 눈이 감기고 죽는 순간 나비도 날아가 버린다. 문명이 짓이겨 버리는 폭력성과 비정함을 고발하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의 연민에 어린 눈빛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