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휘 논설위원
안재휘 논설위원

마오쩌둥(毛澤東)은 1958년부터 의욕적으로 시작한 대약진운동이 무려 4천500만 명의 아사자(餓死者)를 내며 실패한 일로 실권한다. 그러나 그는 1966년 ‘프롤레타리아문화대혁명’을 제창한 뒤 철없는 어린 학생들을 동원해 망국적 ‘홍위병(紅衛兵)’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권좌에 복귀했다. 이 동란은 이후 10년 동안 중국 사회를 초토화하면서 무려 150만~200만 명의 애꿎은 목숨을 앗아갔다.

현대정치에서 최고 권력자의 맹목적 추종자들을 ‘홍위병’이라고 일컫는 배경에는 이 같은 비극적 역사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던 충남 아산 전통시장의 한 반찬가게 주인을 향한 강성 친문(親 문재인) 지지자들의 행태가 참혹한 홍위병 역사를 돌이키게 한다. 서민의 언어로 문 대통령에게 “(경기가) 거지 같아요”라고 한 가게주인 여성은 무참히 조리돌림을 당했다. 개인신상이 털리고. 상호명과 주소에 휴대전화 번호까지 모조리 공개되는 등 혹독한 ‘불경(不敬)의 죗값’을 물어야 했다.

친문 지지자들의 도를 넘은 행태는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개그맨 이용진 씨는 작년 2월 방송에서 문 대통령을 ‘문재인 씨’라고 지칭한 일로 “대통령을 어떻게 ‘씨’라고 부르냐”는 비난 폭탄 세례를 받았다. 한 영상제작업체는 문 대통령의 영화 ‘기생충’ 아카데미상 수상 축전을 비판했다가 친문 지지자로부터 뭇매를 맞고 사과문을 올려야 했다. 김정은 국방위원장을 ‘최고 존엄’이라며 신성불가침으로 여기는 세계적 불량국가 북한의 우스꽝스러운 행태를 따라 배운 것도 아닐 터인데, 어찌 이 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흔히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 ‘문빠’라고 불리는 이들 강성 친문 세력들은 치유 불가능한 확증편향(確證偏向)의 노예들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온갖 부도덕성이 폭로돼도 날마다 서초동에 모여서 ‘조국 수호’를 외치며 근육 자랑을 펼친 이들도 이 부류들로 유추된다. 문 대통령을 ‘황제’로 섬기는 듯한 그들은 지금 민주당 총선공천 국면에서 또다시 무지막지한 힘자랑을 뻗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뒤늦게 문 대통령이 반찬가게 주인의 말을 “서민적이고 소탈한 표현”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말이 “지지층에 대한 말씀이 아니다”라고 못 박아 광신도들의 일탈을 말린 것은 아님을 굳이 강조했다. 이쯤 되면 지난 대선 때 비문(非文) 인사들에게 달린 악성 댓글을 ‘양념’이라고 표현했던 문 대통령의 인식이 조금도 변하지 않았음이 자명하다. 몰지각한 지지행태를 이성으로 다스리지 못하는 그 소아적(小我的) 사리사욕이 머지않아 돌이킬 수 없는 허물이 될 수 있음을 정말 모르는 것일까. 광신을 방치하는 정치는 국민을 망치고 역사를 더럽힌다. 지성을 내팽개친 광신도들, 불치의 확증편향에 빠진 ‘대깨문’과 그 기생(寄生) 지식인들에게 진솔한 서민의 언어로 한마디 들려주고 싶다. “‘홍위병’이 정말 거지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