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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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세가 넘어서 현역으로 활약하는 분들은 그리 많지는 않다. 전국을 돌며 강연하는 김형석 교수가 있지만 송해라고 하는 연예인도 있다. 원래 코미디언으로 시작해 방송사회자, 가수도 겸할만큼 다재다능하다. 94세에도 ‘전국노래자랑’이라는 40년 가까운 최장수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 그가 금년초 감기 몸살 증세로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워낙 고령이라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했지만 2주만에 건강을 회복하고 퇴원했고 곧 방송에 복귀한다는 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전국노래자랑’이 개최되지 않는 상태에서 복귀가 늦어지고 있다고 한다.

송해는 오래전 교통사고로 아들을 떠나보냈다. 그는 이날 방송에서 “하나밖에 없던 아들을 잃어버렸다. 교통방송을 할 땐데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어버리고 나니까 내가 누구한테 안전운전을 하자는 게 공허하게 느껴졌다”고 힘들었던 마음을 토로한 적이 있다. 자식을 잃으면 부모가 건강을 잃는 경우가 많다. 송해가 자식을 잃고도 건강을 유지하면서 방송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그의 건강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BMW를 타고 다닌다고 늘 조크를 한다. 자전거(B), 지하철(M), 걷는 것(W)을 건강의 최고로 꼽았지만 아마도 그의 아낌없는 베품도 그의 건강에 일조하고 있을 것이다.

그 하나가 송해공원이다. 송씨의 고향인 대구시 달성군 옥연지 일대에 조성되고 있는 송해공원은 외지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송해공원은 송해의 이름을 따서 조성한 공원이다. 송해는 대구 달성공원에서 통신병으로 근무할 때 기세리에서 출생한 석옥이와 결혼하였다. 실향민인 송해는 수시로 옥연지를 찾아 실향의 아픔을 달랬다고 한다. 처가인 기세리를 제2의 고향으로 여겨 1983년 옥연지가 보이는 산기슭에 본인의 묘자리를 마련하였다. 달성군은 이러한 인연으로 옥연지 일대에 조성하는 공원에 ‘송해공원’이라는 명칭을 붙이게 되었다고 한다.

송해공원은 4대강 살리기의 일환으로 추진되어 온 옥연지의 둑 높이기 사업과 연계한 수변 개발을 통해 주민들의 휴식 및 여가 공간을 제공하고 매력적인 도시 경관을 창출하기 위한 의미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송해공원은 옥연저수지 일대에 걸쳐 조성되었으며 송해 둘레길, 데크로드, 전망쉼터 출렁다리, 대형 물레방아, 송해 백세교와 백세정으로 이름 붙여진 수중다리와 정자 등이 설치되어 있다. 둘레길은 옥연지를 한 바퀴 돌아오는 3.5㎞ 코스로 1시간 이상 소요된다. 둘레길 서편에는 1㎞ 구간의 숲길 데크로드와 옥연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여러 곳에 설치되어 있다. ‘백세교’는 S자형태의 태극문양을 형상화한 교량으로 한국적 정서와 장수하는 송해를 상징하고 있다.

필자는 자주 송해공원을 걷는다. 송해공원을 걸으면서 느끼는 건 성공을 사회에 환원한 한 사람의 마음이다. 많은 이들이 재산을 모으고 그것을 자식에게 넘겨주는데에만 관심을 가질 때, 남을 위해 베푼 마음의 송해공원.

그의 그 마음이 힘든 인생의 과정을 겪으면서도 90세가 넘은 오늘까지 건강하게 활동하는 근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송해 공원에서 베푸는 삶의 힘과 아름다움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