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처음 우한을 떠올리다

어제 전국 신규 확진자 20명 중 무더기 ‘15명’… 경북도 3명
대부분 전날 확진 31번 환자와 교회·병원 동선연결 드러나
지역전파 현실화 ‘공포’… 권영진 시장 “대응 비상체제 전환”

대구·경북에서 하루 사이에 코로나 19 확진자 18명(19일 오후 4시 기준)이 추가로 발생하면서 지역민들이 충격에 빠졌다. 19일 오후 대구의료원 선별진료소 앞에 의심 증상을 보인 시민들이 검사를 받으려고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이용선기자 [e-mail]

대구 경북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에 휩싸였다. 지역 첫 확진환자가 나온지 하룻밤 사이에 대구 15명, 경북 3명 등 총 18명의 확진자가 추가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며, 지역 사회가 큰 혼란이 빠져들고 있다. 첫 확진자가 교회집회와 결혼식장 등지에서 많은 사람과 접촉한 것으로 드러나 대구·경북 전역으로 빠른 속도로 확산하면서 코로나 대유행의 우려를 낳고 있다. <관련기사 2·3·5·7면>

감염원과 경로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데다 접촉자가 불특정 다수로 확대된 상황이어서 누구나 감염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9일 대구시, 경북도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현재 대구 10명, 경북 3명 등 대구·경북에서 13명의 추가 확진자가 확인된데 이어 오후 4시 현재 5명이 추가로 확인했다. 전날 발생한 31번 확진자(61세 여성, 대구 서구)를 포함하면 지금까지 대구·경북 확진자는 모두 19명이다. 이날 신규 확진자 18명 가운데 15명은 31번 환자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4명은 같은 신천지 대구교회에 다녔고 1명은 병원에서 접촉한 것으로 보건당국은 파악했다.

33번 확진자는 중구에서 사는 새로난한방병원 검진센터 직원(40·여)으로 대구에서 처음으로 확진 판정을 받은 31번 확진자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4번 확진자(24·중구·무직)와 35번(26·여·남구·무직), 36번(48·여·남구·무직), 42번(28·여·남구·카페 아르바이트), 43번(58·여·달서구·한국야쿠르트), 44번(45·여·달서구·미확인), 45번(53·여·달성군·무직) 확진자 등 7명은 지난 13일부터 17일 사이에 증상이 발현했으며, 이들 모두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예배를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38번 확진자(56·여·남구)는 15일 119 구급대를 통해 경북대 입원 중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46번 확진자(27·달서구)는 달서구 W병원 직원으로 대구의료원에 격리 조치 중 확진 판정을 받았다. 자가 격리 중이던 33번~36번, 42번, 45번, 46번 확진자 등 7명은 대구의료원에 이송돼 음압병동에 입원했고 경북대병원에 입원 중이던 38번, 44번 환자는 경북대 음압병실, 43번 환자는 계명대 동산병원에 격리 입원됐다.

확진자가 발생한 시설 중 새로난한방병원은 18일부터 폐쇄 중이며 입원 환자 32명은 19일 새벽 전원 대구의료원으로 분산 조치했다. 대규모 확진자를 발생시킨 신천지 대구교회도 폐쇄 후 방역 조치했고 31번 확진자가 들렀던 퀀벨호텔과 C클럽도 폐쇄 및 방역 조치를 했다.

경북에도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3명 발생해 확산 저지를 위한 방역에 초비상이 걸렸다. 도에 따르면 37번(47·남·영천), 39번(61·여·영천), 41번(70·여·영천)환자가 이날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가운데 37번 환자는 다른 확진 환자와 접촉이 없고 해외 여행력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영천지역 병·의원 5곳을 다닌 것으로 드러나 모두 폐쇄됐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날 오전 경북대병원 등 병원장과 대구의사회, 메디시티협의회, 약사회, 간호사회 등 의료 관련기관장들과 함께 코로나19 위기극복 대책회의를 열고 대시민호소문을 발표했다. 권 시장은 “어제에 이어 밤 사이에 대구시민 10명이 코로나19 확진자로 확인됐다”며 “코로나19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확산방지를 위해 집중관리 대응반을 운영하고 재난관리기금, 예비비 등 가용재원을 최대한 동원하는 ‘코로나 대응 비상체제’로 전환 운영하겠다”고 덧붙였다.

중앙 정부차원의 지원과 대응도 강력하게 요구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시 사례에서 보듯이 코로나-19가 이미 지역사회에 깊숙이 퍼져있다. 대구시 자체 역량으로 극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중앙정부 차원의 특별대책을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이곤영·손병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