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열 한동대 교수
장규열 한동대 교수

문화는 힘이 세다. 봉준호 감독이 만든 영화 ‘기생충’의 성공이 모두를 들뜨게 하였다. 아카데미 4관왕이라는 역사적 기록을 남겨, 영화계뿐 아니라 국가와 국민의 자긍심에도 큰 획을 더하였다.

수상의 영광이 높게 빛났던 만큼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의 그늘은 한참 깊고 서글프다. 반지하에 사는 한 가족이 신분상승을 위해서 반칙과 편법을 사용하면서라도 더 나은 삶을 낚아보려 한다는 스토리. 그런 와중에 자신들 뿐 아니라 더욱 힘든 상황에 몰린 또 다른 지하층 신분의 사람들과 얽힌다는 이야기. 영화는 이들을 누군가의 삶을 잠식하며 갉아먹는 기생충으로 표현하였다. 그러면서, 오늘 세상에 펼쳐지는 경제적 불평등을 고발한다. 여기서 잠깐! ‘기생충’에서 진짜 기생충은 누구일까?

기생충은 주인에게 기생한다. 우리 사회의 주인은 누구인가. 헌법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하여 나라의 주인이 국민임을 선언한다. 국민은 잘 살고 싶다. 일상을 영위하며 굴곡없이 안전하게 살고 싶다. 국민의 삶이 순조롭게 나아가도록 소통하고 협력하며 방법을 찾아 실행에 옮기도록 하는 일을 소위 ‘정치’가 맡는다. 오늘 국민이 목격하는 정치는 어떠한가. ‘높은 사람들’이 되는 게 아니라 국민을 섬기는 심부름에 나서는 일이 아닌가.

국민은 평안한 일상을 바랄 뿐인데, 정치는 어찌 이토록 시끄러운가. 탈당과 복당을 거듭하더니만 결국 옛 모습으로 보이는 게 정치의 현실이라니! 당신들의 생각 속에 당신의 주인은 어디에 있는가. 국민을 핑계삼아 욕심만 채우는 정치는 국민에게 기생충이다.

언론.‘독자’라는 다른 이름을 가지는 국민은 언론에게도 봉이 잡힌다. 사실과 사건들이 실제로 어떻게 벌어지는지 알 수 없는 독자를 언론은 제대로 섬기고 있는가. 아니면 특정 의견집단에 복무하며 사안을 들여다보는 틀을 만들어 내어, 사실이 왜곡되고 독자가 호도되지는 않는가. 독자가 적절하게 판단하려면 언론이 바르게 알릴 책임이 크다.

작은 것이 부풀려 지거나 있었던 일이 보도되지 않으면 국민이 바르게 알 길이 없다. 벌어진 일들과 국민의 귀를 연결해 주어야 할 언론이 아닌가. 디지털과 온라인 언론환경에서 우리 미디어의 자리를 살펴야 하지 않을까. 21세기 미디어가 수행할 역할과 소임을 다시 들여다보아야 한다. 독자를 볼모삼아 편들기만 부추기는 언론은 독자에게 기생충이다.

영화는 일그러진 모습을 고발하였다. 정치는 그 모습에 주목하여야 한다. 언론도 그 모습을 관찰하여야 한다. 보다 평등하고 보다 공정하며 보다 평온한 세상이 다가오도록 문화도 정치도 언론도 생각을 모아야 한다. 수상의 기쁨에 머물 일이 아니라, 누구든 기생하지 않고도 제 몫을 다 하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국민에 기생하는 정치와 독자에 기생하는 언론은 이제 모두에게 들켜버렸다. 본연의 자리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도, 정치와 언론의 몫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