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참사 17주기 추모식
유족·참석자 등 희생자들 넋기려
기억공간 등서도 잇단 애도물결

17년 전 오늘(18일) 대구 지하철 중앙로역에서 일어난 화재로 192명이 사망하고 21명이 실종되는 참사가 발생했다.

2003년 18일 오전 9시 30분 라이터와 휘발유가 담긴 페트병을 품에 안은 중년의 남성 김대한은 자신의 방화 예고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 지하철 안에서 몸에 불을 붙였다. 그는 뜨거운 불길에 고통을 호소하며 들고 있던 휘발유통을 던지고 지하철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불길은 삽시간에 지하철 안으로 번졌다.

전동차 기관사는 화재 사실을 알고도 보고하지 않았고, 종합사령실은 미온적 대응으로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설상가상 역 내 화재로 전력이 차단되면서 출입문이 자동으로 잠겨버려 희생자가 늘어났다.

18일 코로나19가 지역 사회를 덮치고 있을 때, 대구 동구 용수동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에서는 ‘대구지하철 참사 17주기 추모식’이 진행됐다. 이날 희생자 유족과 참석자들은 모두 코로나19의 여파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자리했다.

김태일 2·18안전문화재단 이사장은 “재난 피해자에게는 심리적 치유뿐 아니라 사회적 기억, 사회적 치유가 필요하다”면서 “우리 사회가 참사를 기억하고 그 의미를 되새겨 규범으로 받아들일 때 참사 피해자의 트라우마가 아물 수 있다”고 말했다.

황명애 대구 지하철 참사 희생자 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절절한 추모의 말씀보다 그리움의 이름을 불러보려 한다”며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그리운 가족의 이름을 크게 부르며 사랑한다고 외쳐 달라”고 청했다.

이날 추도식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장,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대구 수성갑) 등도 참석했다.

김부겸 의원은 “참사를 기억하는 것은 남은 유족을 위한 이웃의 도리다. 서로 유의하고 관심을 기울인다면 더욱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면서 “먼저 간 영혼을 위해 우리가 다짐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대구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에 마련한 ‘기억공간’에는 지난 12일부터 추모의 벽이 세워졌다. 시민들은 이곳에서 참사 희생자들에게 헌화하고 추모 글을 남겼다.

/박순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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