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특별법 시행령, 지역 여론 묵살해 ‘파장’
산자부 제정안 입법예고 내용에
진상조사위·피해구제심의위 등
외부 전문가로만 전체 위원 구성
지역 추천인사 아예 배제돼 논란
범대위 등 “집단 행동 불사할 것”
내달 11일까지 찬·반 수렴 ‘주목’

정부의 포항지진특별법 시행령 제정(안)에 포항시민 주장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진통이 예상된다. 포항11·15촉발지진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지진특별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 등에서 제안된 주민들의 의견이 묵살됐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 집단행동에 나설 태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4일 입법 예고한 시행령 제정안을 확인한 결과, 지역민들의 공감을 얻은 의견들이 하나도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산자부는 산업통상자원부 공고 제2020 - 93호를 통해 ‘포항지진의 진상조사 및 피해구제 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 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포항지진진상조사위원회와 포항지진피해구제심의위원회의 구성·운영에 관한 사항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의 시행 지원에 관한 사항 △포항트라우마센터의 설치·운영에 관한 사항 △재난 예방교육 사업 등의 시행 △부당이득의 환수의 방법 등이 담겼다.

지진특별법 시행령에서 가장 중요한 구절은 진상조사위·피해구제심의위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이다. 진상조사위는 촉발지진 관련 조사에서 구심점 역할을 한다. 극단적으로 진상조사위의 활동에 따라 국가의 책임이 명확하게 드러날 수도, 무죄가 될 수도 있다. 또다른 한 축인 피해구제심의위는 지진 피해자 인정부터 지원금 규모 및 범위, 정부에서 내려오는 지원금까지 자체 심의·의결을 통해 결정할 수 있는 막대한 권한을 갖는다.

이와 관련해 지난 10일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종합복지문화센터에서 열린 ‘포항지진특별법 설명 및 주민의견 수렴회’에서는 ‘진상조사위와 피해구제심의위원에 지역추천인사를 포함한다’는 구절을 시행령에 명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돼 큰 공감을 얻은 바 있다.

지역사정을 전혀 모르는 인사가 두 위원회 자리를 모두 채울 경우, 지진 피해지역에 실질적 지원이 이뤄질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소멸시효와 관련한 규정 추가 △위원회 판정 불복 시 재심 요청안 마련 △피해자 인정 여부 기한 연장 △손해사정 비용 국가 부담 △포항지진 진상규명 및 피해구제 지원단의 포항 상주 등의 의견도 제기됐다.

하지만, 산자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 제정안에는 이같은 내용이 단 한 글자도 추가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거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진상조사위와 피해구제심의위 구성에 대해 산자부는 법·지질·재해·안전관리 등의 관련 분야에 10년 이상 재직, 종사한 사람만 위원이 될 수 있도록 명시했다. 포항시민들이 염원했던 지역 인사 추천에 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 더불어 주민의견 수렴회에서 공감대를 형성한 의견들 역시 찾아볼 수 없어, 사실상 주민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아 일방적인 정부안이라는 지적이다.

공원식 범대위 공동위원장은 공청회 등에서 “지역 의견이 반영되지 않을 경우 집단 행동도 불사하겠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 시행령 제정과 관련한 포항시민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한편, 산자부는 이번 포항지진특별법 시행령 제정안에 대해 오는 3월 11일까지 찬·반 의견을 받기로 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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