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4·15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이 참신한 인물의 영입·공천에 힘을 쏟고 있다. 여야 막론하고 새로운 얼굴을 영입하고, 구태의연한 인물은 물갈이하겠다는 열의로 넘친다. 국회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면 자신들의 맘대로 국회를 끌고 갈 수 있고, 차기 대권확보에도 월등히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상황이니 어느 누가 용쓰지 않을 수 있겠는가.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로 정권을 잃은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재탈환을 향한 갈증이 더욱 심하리라 짐작된다. 그러나 2등이 1등되기란 참으로 힘겨운 노력과 실행과정이 필요하다. 이는 정치판에서도,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 차원에서 화장품 업계에서 2등에서 1등 브랜드로 올라선 사례를 살펴 타산지석으로 삼아보면 어떨까.

화제의 브랜드는 ‘대한민국 최초의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로 소개하는 ‘이니스프리’다. 이전까지 만년 2위 꼬리표를 떼지 못했던 이니스프리는 2016년 더페이스샵을 넘어 이미지, 매출, 영업이익 모두 1위를 차지하면서 화장품 브랜드 1위에 올랐다. 설화수에 이어 아모레퍼시픽그룹에서 두 번째 ‘1조 브랜드’에 이름을 올렸다. 이니스프리의 1위 원동력은 브랜드 이미지에서 나온다. 자연주의를 콘셉트로 내세운 화장품들은 많았지만 이니스프리는 추상적인 자연주의가 아닌 ‘제주’라는 키워드를 통해 이미지를 더욱 구체화했다. 제주산 자연원료를 강조한 마케팅을 통해 이니스프리 하면 곧바로 제주가 떠오르게 했다. 제주도 산 녹차와 화산송이를 활용한 ‘더 그린티 씨드 세럼’과 ‘제주 화산송이 모공 마스크’는 밀리언 셀러에 올랐다. 이를 통해 제주가 가진 자연환경과 청정 섬이라는 이미지를 브랜드에 그대로 녹여낼 수 있었다. 또 제주도를 신비의 섬으로 여기는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는 요인이 됐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니스프리는 브랜드 체험을 위한 공간으로 2013년 이니스프리 제주 하우스를 오픈, 공간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체험할 수 있게 만들었다. 기업문화를 바꾸는 노력도 뒤따랐다. ‘아무 말 아이디어 대잔치’ 콘셉트로 연 2~4회 사내행사인 ‘그린비어파티’를 여는데, 음료와 음식을 자유롭게 즐기며 기획이나 제품 관련 아이디어를 내면 행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코인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같은 일관성 있는 브랜드 철학과 유연한 업무 환경 등이 2등 브랜드를 압도적인 1등으로 만드는 열쇠가 됐다고 한다.

이쯤되면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1등 정당이 되기 위한 해법도 제법 선명해진다. 이니스프리처럼 브랜드 이미지를 일관성있게 ‘개혁보수’로 맞추고, 콘셉트에 맞는 참신한 인물들을 영입해 밀리언 셀러로 만들자. 곁들여 새 아이디어나 쓴 소리도 잘 소통될 수 있는 유연한 정당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쇄신이나 통합이 산뜻하게 진행되지도 못하고, 인재영입 실적도 마땅찮아 대박제품을 기대하기 어려워보이고, 이런저런 제안에도 피드백없는 자유한국당 커뮤니케이션 문화가 눈에 거슬려 해보는 혼잣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