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열 한동대 교수
장규열 한동대 교수

좋은 말이 듣기는 좋다. 금방이라도 살림이 나아질 것인가 꿈에 부푼다. 당신을 선택하면 우리네 인생에 꽃이 필 것인지. 정치의 계절, 사람이 모인 곳이면 낯선 이들이 명함을 돌리고 부르지도 않았는데 허리를 굽힌다. 어디서 뭘 했는지 몰랐던 사람들이 갑자기 나타나 인사를 하고 악수를 청한다. 우리 동네만 고약해서 그런가 했더니, 이건 전국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기성정치인도 지난 몇 년 간 무엇을 했는지 도무지 기억이 없다. 새로운 얼굴들도 그냥 얼굴과 이름뿐이다. 때로 나이가 젊기는 한데, 그냥 어리기만 할 뿐 생각은 마찬가지다. 정치판에 나서면 그렇게 변하는 것일까. 싱싱한 모습은 오간 데 없고 무턱대고 들이대기만 배우는 것일까.

좋은 소리에도 지쳐만 간다. 누구에게도 귀가 번쩍 트이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그 나물에 그 밥’은 이럴 때 쓰는 말일까. 변화, 혁신, 개혁, 통합. 누구나 들먹이고 언제나 듣는 소리가 아닌가. 변화를 하나같이 같은 모습으로 하겠다니. 통합을 했다는데 이제보니 이전의 모습이었다니. 국민이 바보인가. 유권자를 그렇게 해서 속일 수 있을까. 국민은 나라가 새롭게 변하길 원한다. 유권자는 살림이 정말로 나아지기를 바란다. 어떻게 바꿔갈 것인지 보여줘야 한다. 어떻게 나은 세상을 당겨올 것인지 드러내야 한다. 듣기만 좋은 공염불로 유권자의 선택을 기대하는가. 들리지 않는 당신의 계획은 언제 내어놓을 것인가. 유권자는 당신 목소리에 지쳐만 간다. 유권자는 당신의 ‘생각없음’에 이미 지쳤다.

다른 목소리를 듣고 싶다. 다른 생각을 만나고 싶다. 다른 계획이 있어야 한다. 다른 꿈을 보여줘야 한다. 젊은 사람을 영입했다고도 들었고 새 사람을 맞아들인다고도 했다. 그런데 그냥 젊기만 하고 처음 본 사람이었을 뿐, 그들의 생각을 들어본 적이 없다. 청년들에게 어떤 새로운 세상을 열어줄 것인가. 새 사람이 펼쳐 낼 세상은 어떻게 바뀌어 갈 것인가. 선거에 이기는 방법으로 ‘정책’이 후순위라고 한다. 그게 말이 되는가. 유권자에게도 책임이 있다. 생각을 듣고 뽑기 보다 이름만 듣고 선출했다는 게 아닌가. 얼굴만 보고 선택했다는 게 아닌가. 선거에 나서는 후보가 바뀌려면 유권자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잘 듣고 판단해야 하고 잘 살펴 결정해야 한다. 나라가 바뀌고 살림이 나아지려면 ‘생각깊은 정책’으로 겨루어야 한다.

극작가이자 배우였던 오손 웰즈(Orson Welles)는 ‘후보의 인기가 선거 결과를 갈라서는 안 된다. 잘못하면 미키마우스나 도널드덕을 뽑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물었다. 이름과 얼굴 그리고 나이에 휘둘리는 선거는 그만 둬야 한다. 생각을 묻고 정책을 살피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유권자도 바뀌고 후보자도 달라진 ‘선거혁명’을 기대해 본다. 나라의 내일이 변화하고 우리집 살림이 정말로 나아지기 위하여. 선거가 바뀌어야 세상이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