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기자가 만난 경북사람
"보석"으로 만나 "보석처럼" 살고 있는 육종성·이효미 부부

‘보석’이 맺어준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신혼처럼 살고 있는 육종성·이효미 부부.

보통의 남자들처럼 ‘보석’에 별다른 관심 없이 살아가던 서울 남자와 어릴 때부터 ‘보석’의 매력의 빠져 대학에서도 보석 감정을 전공한 대구 출신의 여자가 만났다. ‘보석과 귀금속의 메카’로 불리는 종로3가에서였다.

첫 만남에서 여자는 남자가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성실한 사람이라고 느꼈다. 남자 역시 상냥한 태도와 배려가 담긴 여자의 말투에 호감을 가졌다. 동시에 여자가 매료된 보석에 대한 관심까지 생겼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년여의 연애 끝에 두 사람은 결혼한다. 보석감정사인 아내에게 애정을 느낀 남편은 직업까지 보석세공사로 바꾼다. 포항시 북구에서 보석가게 다이아를 운영하는 육종성(45)-이효미(42) 부부 이야기다.

사람이 사람에게 사랑과 신뢰의 감정을 가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런 감정에 이르기까지 매개체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종성 씨와 효미 씨 또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해 보인다. 둘 사이를 이어준 가장 중요한 매개체 중 하나가 보석이었다는 것.

입춘 추위가 맹위를 떨치던 날. 따스한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보석처럼 예쁘게 살아가는 부부를 만났다. 그날 오간 흥미롭고 가슴 훈훈한 이야기를 아래 옮긴다.

선량하고 친절한 그 여자는…
‘보석감정사’ 경력만 20년 넘는 베테랑
美 통용 ‘보석가치평가사' 자격까지 가져

한결같이 따뜻한 그 남자는…
아내 위해 ‘보석세공사’가 된 사랑꾼
가족들과 함께 ‘봉사의 삶’ 실천에 앞장

◇보석감정사 아내

‘보석감정사’가 대충 무엇을 하는 것인지는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겠으나, 보통 사람들에겐 아직 생소하다.

광학 계기나 화학 용액을 이용해 보석의 가치와 진위 여부를 평가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보석감정사다.

그들은 보석의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결함과 특성을 찾아내고, 보석의 표면과 내부를 검사한다. 더불어 보석 가격까지 측정하는 보석감정사는 산업인력공단에서 시행하는 시험에 합격해야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20대 초반부터 보석 감정과 판매 일을 해온 이효미 씨는 보석감정사 자격증 외에 미국에서도 통용되는 ‘보석가치평가사’ 라이선스도 가지고 있다. 벌써 경력이 20년이 넘는다.

포항을 포함한 경북 지역에서 보석감정사가 상주하는 귀금속 가게는 극히 드물다. 효미 씨가 가진 2개의 자격증은 판매하는 보석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고, 손님들이 이들 부부의 가게를 믿고 찾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인터뷰 중에 가게를 찾은 한 손님은 효미 씨의 웃는 얼굴과 사람 대하는 자세를 보고는 “선량하고 친절하다”고 칭찬했다.

효미 씨는 “보석감정사로 일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라는 질문에 “내가 감정하고 판매한 반지나 목걸이를 보면서 환하게 웃으며 만족감을 표시하는 손님을 볼 때”라고 답했다.

사실 그렇다. 좋은 보석감정사가 되고 싶다면 남의 기쁨을 자신의 기쁨처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가장 귀중한 순간에 선물로 역할 하는 게 보석이니까. 약혼식과 결혼식, 결혼기념일과 사랑하는 사람의 생일, 입학과 졸업을 축하하며 건네지는 보석들. 그 가격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그것들 모두는 주고받는 이들에게 더없이 소중한 것이다. 보석감정사는 보석은 물론, 그걸 주고받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헤아려 함께 기뻐하며 감동하는 사람이 아닐지.

◇보석세공사 남편

아내에 대한 믿음이 보석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진 육종성 씨는 결혼 전까지 하던 일을 그만두고 ‘보석세공사’로 직업을 바꿨다.

보석세공사는 처음 캐냈을 땐 투박하고 거친 자연 상태의 광물을 화려하게 빛나는 보석으로 바꾸는 일을 한다. 다이아몬드, 루비, 에메랄드, 사파이어, 진주 등 5대 보석은 물론, 금과 은 등의 귀금속이 제대로 된 가치를 보여줄 수 있도록 땀과 수고를 아끼지 않는 게 바로 보석세공이다.

그들의 일은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오랜 시간 숙련된 보석세공사의 세밀함과 정교함은 어떤 기계도 따라올 수 없다고 한다.

종성 씨 역시 아내와 비슷한 심성을 지녔다. “내 만족보다는 손님이 만족하는 세공이 이뤄졌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종성 씨의 말을 듣다보니 보석세공이란 ‘아름다움에 아름다움을 더하는 작업’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다루기 힘든 보석은 뭔가”라는 물음에 “비싸기도 하지만, 지구에서 제일 단단한 광물이기에 쉽게 세공하기 힘든 다이아몬드”라고 답한 종성 씨에게 “그럼 가장 편하게 다룰 수 있는 보석은 뭔가”라고 연이어 물었다.

우문에 현답이 돌아왔다.

“보석은 대부분 아끼는 사람에게 주는 선물이다. 아내를 향한 남편의 마음, 부모를 향한 자식의 마음, 서로를 향한 연인들의 애틋한 마음을 생각한다면 어떤 보석도 함부로 다룰 수 없다. 내가 세공하는 모든 보석이 가격과는 무관하게 똑같이 소중하다.”

 

◇하루 종일 함께 있어도 지겹지 않아

부부는 포항에 별다른 연고가 없다. 그럼에도 7년 전 포항으로 이주했고 가게를 시작했다. 두 딸도 여기서 자라 초등학교에 다닌다. 포항으로 온 이유를 물었다. 효미 씨의 답변은 심플했다.

“오래 전에 포항을 여행했다. 음식도 맛있고 바다 풍경도 너무 예뻤다. 언젠가는 와서 살아보고 싶은 도시였다. 그래서 이사를 결정했다.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고, 살다보니 더 정이 들었다.”

종성 씨와 효미 씨의 결혼 생활은 올해로 11년째다. 다른 부부들은 아침에 헤어졌다가(?) 밤에 다시 만나거나, 주말부부의 경우라면 일주일에 한 번 보기도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가게와 집에서 하루 24시간을 함께 지낸다. 농담처럼 물었다.

“지겹지 않은가?”

서로를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며 웃던 부부가 입을 모아 말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말이 통해서 좋았다. 우리는 아직도 이런저런 화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즐겁다. 그러니 지겨울 까닭이 없지 않겠나. 연애할 때나 지금이나 같이 보내는 시간이 행복하다.”

보석전문가인 이들 부부에 따르면 ‘보석에도 유행이 있다’고 한다. 초록빛 보석의 대세가 지나가면 붉은 보석이 선호되기도 하고, 크고 묵직한 보석에 열광하는 시기가 있다면 작고 앙증맞은 보석이 인기를 모을 때도 있다.

그런데, 종성 씨와 효미 씨가 상대에게 가진 신뢰와 애정은 유행을 타지 않는 보석처럼 한결같아 보였다. 아직 결혼을 하지 못한 기자는 그 모습이 부러웠다.

◇두 딸과 함께 하는 봉사 활동 즐거워

오랜 시간 보석을 곁에 두고 살아온 부부이니 이런 질문을 던져보는 것도 좋을 듯했다.

“인간에게 보석이란 대체 어떤 의미인가?” 고민하지 않고 종성 씨가 답했다.

“시간의 흐름에도 변하지 않는 영원성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여기에 효미 씨가 아래와 같은 말을 덧붙였다.

“얼마 전 결혼 20주년을 맞은 남편이 1천만원이 넘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사려고 가게에 온 적이 있다. 그 손님은 반지를 통해 아내에게 ‘처음 당신을 만나 사랑하게 됐을 때의 마음이 아직 변하지 않았다’는 뜻을 전하고 싶었을 것이다. 진실한 마음가짐으로 준비한 선물이라면 10만원짜리 반지도 다이아몬드 반지만큼 값어치가 있다고 믿는다. 보석의 가격보다 더 중요한 건 상대를 향한 애정 아니겠는가.”

마지막으로 ‘또 다른 보석’ 이야기를 하나 해볼까 한다.

부모에게 자식이란 같은 무게의 금이나 다이아몬드와도 바꿀 수 없는 세상 가장 귀한 보석이다. 종성 씨와 효미 씨 역시 분명 딸들에게 그런 감정을 느낄 터. 그렇기에 아이들에게 재산보다 귀한 ‘나눔의 마음’을 물려주고 싶어 한다.

“쉬는 날이면 딸들과 무료 급식소 배식 봉사, 환경 정화 활동 등을 함께 하고, 양로원에 가서 외로운 할아버지·할머니의 말벗이 돼주기도 한다. 아이들도 그 시간을 좋아한다. 애들이 다른 사람을 자신처럼 아끼고 사랑할 줄 아는 어른으로 커갔으면 좋겠다.”

종성 씨가 꺼내든 가족사진을 본 순간 기사의 마지막 문장이 떠올랐다.

‘포항에는 보석을 매개체로 만나 보석 같은 마음으로 살고자 노력하는 착한 부부가 있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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