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켈러가 11세 소녀일 때 알고 지내던 토미는 자신과 비슷한 귀머거리이며 벙어리인 네 살이었습니다. 토미의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아버지까지 직장을 잃게 되어 누구로부터도 보살핌을 받을 수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헬렌은 꼭 자신을 보는 것처럼 가슴이 아파 설리번 선생님에게 말했습니다.

“참 불쌍해요. 토미도 저와 같이 책을 읽고 말할 수 있게 교육을 시켜주세요.”

“헬렌. 네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겠지만 네 부탁을 들어주기 어려울 것 같구나. 토미와 같은 아이를 가르치는 데는 돈이 매우 많이 든단다.”

하지만, 소녀 헬렌 켈러는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그날로 헬렌은 토미를 학교에 보낼 수 있게 도와 달라는 편지를 써서 많은 사람에게 보냈습니다.

‘토미를 위해 내 용돈을 모두 털었어요.’라는 헬렌의 편지를 받은 사람들, 그리고 이 소문을 들은 사람들은 ‘토미 돕기 운동’에 성금을 보내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1천600 달러를 모금한 헬렌은 토미를 보스톤에 있는 퍼킨스 농아학교 유치원에 보낼 수 있었습니다.

사랑에는 공상적 사랑(Love in Dreams)과 실천적 사랑(Love in Action) 두 종류가 있습니다. 어떤 고상한 가치와 이상적 이념을 사랑한다고 우리가 종종 말하거나 믿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이런 사랑은 누구나 좋아합니다. 진심으로 그런 사랑을 내 가치관으로 받아들이고 신념처럼 확고하다 믿습니다. 하지만, 내 삶이 분주하거나 여유가 없을 경우 혹은 귀찮거나 힘든 상황이 오면 내 편의에 따라 언제든 유보하거나 멈출 수 있는 사랑입니다. 실천적 사랑은 다릅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도스토옙스키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실천적 사랑은 중노동이다. 불굴의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견뎌내는 것이다.”

내 사랑이 공상적 사랑인지, 실천적 사랑인지 스스로 묻는 시간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조신영 인문고적독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