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농부들은 감(感)을 잃은 겨울 날씨에 올 농사 걱정이 태산이다. 병충해도 병충해이지만 나무는 물론 대지가 철을 잃지 않을지 여간 걱정이 아니다. 아직 겨울 속에서 한 해를 살 힘을 비축해야 할 꽃눈들이 가지마다 한가득 자리 잡았다. 이미 매화는 1월 중순에 남쪽에서 개화를 시작했다. 또 대지는 입춘도 오기 전에 3월 들꽃들을 쏘아 올렸다.

철을 지키려는 자연의 임계점이 극에 달했다. 자연이 철을 잃으면 그 결과가 어떨지 우리는 잘 안다.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인류의 대재앙을 예언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경고를 들을 귀가 없다. 또 지금 다음을 볼 눈이 없다. 더 안타까운 것은 눈앞의 이익에 빠져 인류의 위기를 알면서도 행동으로 옮길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껏 하는 말은 “예방”을 잘하자는 것뿐이다. 과연 예방이 어디까지 인간을 지켜줄 수 있을까?

영하 14도를 기록한 지난달 30일, 올해 들어 처음으로 맛보는 겨울 날씨가 필자를 이런저런 생각에 빠뜨렸다. 그러다 문득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초등학교 졸업을 앞둔 딸 아이였다.

“아빠, 부모님들 학교 교문 안으로 못 들어온대. 알았지!” 앞뒤 없는 통보에 필자는 잠시 당황했다. 아이의 다급한 목소리가 마음에서 가시기 전에 최근 본 뉴스가 생각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제○○회 졸업식은 각 교실에서 진행됩니다. 학부모님께서는 교실 및 건물 출입이 불가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바뀐 졸업식 풍속도이다.

필자 또한 고민이 컸다. 하지만 필자는 학부모님과 전교생이 모인 졸업식을 선택했다. 학교를 믿고 3년이라는 시간을 전국에서 영천까지 보내주신 학부모님들의 정성 때문에라도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전체 졸업식을 거행했다.

산자연중학교 졸업식의 메인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직접 쓴 감사장을 졸업식장에서 읽고 부모님께 전해드리는 것이다. 이 시간만 되면 학생들의 자세는 완전히 달라진다. 자신이 쓴 감사장을 끝까지 읽는 학생은 거의 없다. 학생들은 첫 줄도 잘 읽지 못하고 흐느낀다. 아이와 마주 선 부모님들은 아이가 감사장을 읽기 전부터 손수건을 꺼내신다. 그렇게 3년 동안 서로 전하지 못한 이야기를 눈물로 나누고 나면 학생도, 학부모도 더 큰 희망을 얻는다.

그걸 보면서 필자는 풍선 효과를 생각했다. 지금 학교 모습은 균형을 잃은 시소이다. 교육의 본질적인 면보다 비본질적인 면이 훨씬 강하다. 한쪽이 비정상적으로 거대해지면 반대편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교육의 경계는 무한대가 아니다. 교육을 이루는 대표 요소는 학생, 교사, 교육부(청), 학부모이다. 이 네 가지 요소가 잘 조화를 이루어야 학교는 교육의 본질을 유지하면서 조금씩 외연을 확장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학교를 풍선이라고 생각하면, 가장 힘이 빠진 쪽은 교사이다. 그다음은 학생이다. 그 결과 공교육은 붕괴하였으며, 사교육은 날개를 달았다. 교육의 직접 대상은 교사와 학생이다. 물론 학교의 잘못도 크다. 그래도 좀 서운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교육의 재건을 위해서 학원을 믿듯이 학교와 교사, 그리고 학생들을 믿어주면 안 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