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18세 유권자 14만 대상 선거교육 시급
이론 중심 교육 아닌 다양한 방식 필요
‘교실의 정치화’ 막을 입법 제정 요구도

교복 입은 학생 유권자들이 오는 4월 첫 투표에 나선다. 올해 4·15총선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만 18세 청소년은 현재 고3 학생 중 2002년 4월 15일 출생자까지 포함해 약 14만명이다.

교육 당국은 민주시민교육을 강화하겠다며 교과 과정과 연계한 선거교육을 지원하기로 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교복 입은 유권자’의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선거법 위반이나 정치편향 교육 등에 관한 우려를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교실의 정치화’를 우려하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4월 총선 전 선거교육 필요”

학생 유권자들은 4월 총선에 앞서 선거법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입시전문 교육기업인 진학사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4일까지 고3 수험생 회원 5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학생 10명 중 9명은 ‘4월 총선에 앞서 선거법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 응답한 대다수 학생들(89.5%)은 총선 전에 선거법 교육을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고 했다. 선거 참여가 정치 교육의 일부분으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하는 학생들은 77.14%에 달했다.

만 18세 선거권 자체에 대해서는 절반 이상(63.02%)이 긍정적으로 인식했다. 그 이유로 △정치적 판단을 할 충분한 능력이 있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에 참여하는 것만으로 효율적 학습이 될 수 있다 △자신의 주체적 판단으로 정치적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미국·영국·일본 등은 이미 만 18세부터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 등을 꼽았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관계자는 “올해부터 만 18세 학생이 4월 총선에서 투표를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학생들은 선거를 권리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부정적인 학생들은 책임감과 부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선거법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깨끗하고 올바른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어른들이 도와줘야 한다”고 밝혔다.

□모의선거 중심으로 선거교육 실시

교육부는 만 18세 청소년들의 선거권 행사에 앞서 공직선거법 교육을 지원하기로 했다. 선거교육은 ‘사회’‘정치와 법’ 등 관련 교과나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이뤄질 예정이다. 신학기 전까지 선거교육용 학습 자료를 개발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협조해 선거법 관련 사례집을 만들어 각 학교에 내려 보내기로 했다. 특정 정당에 가입한 학생이 학교에서 선거운동을 해도 되는지, 후보자가 학교나 교실 안에 들어와 지지를 호소하는 행위 등은 가능한지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나 해석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이론 중심의 교육을 넘어 다양한 방식의 선거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자 교육부는 ‘모의선거’를 대안으로 내놨다.

교과서가 선거제도에 관한 지식 교육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인정하고, 미래 유권자인 학생들에게 선거제도를 이해시키고 참정권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모의선거를 시행한다.

앞서 지난해 12월 서울시교육청은 40개 학교를 대상으로 실제 선거와 연계한 모의선거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학생들이 실제 후보와 정당의 공약에 대해 서로 토론하고, 이후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해 실제 선거처럼 개표 과정까지 직접 체험해보는 식으로 진행된다.

모의선거 교육을 통해 학생들은 공약을 비교·분석하며 정치적 판단력을 기를 수 있고, 선거의 의미와 정당의 정책 등을 토론하며 민주시민교육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교사 정치 편향 우려도 커

일각에서는 오는 3월 개학 후 총선까지 한달 반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입시ㆍ취업 준비에 몰두해야 할 고3 학생들을 붙잡고 민주시민교육을 하기에는 촉박해 보인다고 지적한다.

일부 교사들은 “고3은 통상 1학기 때 교과서 진도를 모두 마쳐야 한다”며 “입시 준비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한 고3보다는 앞으로 선거권을 갖게 될 1∼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선거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제3자의 정치적 이념이 학생들의 투표 결정에 반영될 여지를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교실의 정치화’를 우려하며 입법 보완책 마련을 주문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역시 ‘교실 선거장화 근절 3법’ 개정 추진을 촉구하고 있다. 학교에서 학생들의 선거운동을 제한하고, 교내 당원 모집 활동이나 정당 홍보 행위 등을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생 간 찬반 갈등이 격화돼 교실이 진영 대결의 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며 학교ㆍ교실 내 선거운동, 정치활동을 금지ㆍ제한하도록 공직선거법, 지방교육자치법 등 개정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한편, 교육부는 지난달 6일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과 함께 만 18세 초·중·고교 선거교육을 위한 첫 실무협의를 갖고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생들도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 참정권을 갖게 된 것은 의미 있는 변화”라며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의 선거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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