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한 tvN드라마 ‘블랙독’서
생물 과목 정교사 배명수 역할
“진짜 선생님같다” 반응에
“나 자신의 모습에서 출발하면
그사람처럼 보이게 되는 것”

“연극은 허공을 보며 ‘저기 별이 있다’ 하면 관객들이 모두 별의 존재를 믿게 되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마법 같은 순간들이 있거든요. ‘블랙독’의 한 시간도 가장 연극적인 시간이 아닌가 합니다.”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미스틱스토리 사옥에서 만난 배우 이창훈(40)은 지난 4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블랙독’을 이렇게 추억했다.

이창훈은 넉살 좋은 평화주의자인 생물 과목 정교사 배명수 역을 맡아 시청자들로부터 ‘생물 선생님보다 더 생물 선생님 같다’ ‘어디서 선생님 하는 분 데려온 거 아니냐’ 등의 반응을 얻었다. 그 이전엔 극단 선배 추천으로 맺게 된 안판석 PD와의 인연으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2018), ‘봄밤’(2019)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주변에서 진짜 선생님 같다는 반응이 많다고 알려줬어요. 그런데 전 완벽한 타인이 된다는 것을 믿지 못하는 편이에요. 나 자신의 모습에서 출발하면 그 사람처럼 보이는 것 같고, 정답은 내게 있는 것 같아요. 제가 할 법한 것들이 인물이랑 맞아떨어졌을 때 일상적으로 보이는 것 같고요.” 이창훈은 “선생님처럼 보이려고 선생님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촬영장에서 집중하고 유연하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감초 역할이긴 하지만 너무 가볍게만 표현되면 이야기가 흘러가는 데 방해될 것 같아 선생님의 기본 소양을 매 순간 잃지 않으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 본인은 “배명수처럼 오지랖이 넓지는 않다”면서도 “배명수가 가지고 있는 근원을 알 수 없는 편안함을 좋아한다. 갖고 싶은 모습”이라고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고하늘(서현진 분)이 대치고 정교사 면접을 보기 전 ‘이제 시간이 됐으니 얼른 내려가라’고 말하는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되게 마음이 묘하면서 뼛속까지 들어올 정도로 그 순간이 너무 기뻤어요. 일상의 서현진과 극 중 고하늘의 모습이 다 와 닿았어요. 배우 서현진을 매번 신뢰할 수 있었죠. 배우들끼리는 되게 소중한 일인데 빈번히 겪는 일은 아니에요.” 진학부 선생으로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에 대해서는 “라미란 누나 주도로 진학부 4명이 시간을 많이 보냈다. 좋은 순간이 너무 많았다”고 했다.

“연극을 하면서 정말 많은 인물을 했어요. 배명수는 사람 자체가 좋은, 어떤 수더분하고 편안한 사람이지만 공연하면서는 사이코패스 역도 하고 게이 역도 했거든요. 새로운 역에 도전하고 싶은 욕심보다는 좋은 사람들이랑 좋은 이야기로 만났으면 하는 욕망이 큽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