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10일 서울에서 워킹그룹 회의를 열고 대북 개별관광 등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협력 구상을 논의했다. 동맹국으로서 한미가 국제사회의 상식에 맞춰서 대북정책을 조율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과정이다. 정부·여당이 국제사회에 ‘반미친중(反美親中)’으로 비칠 언동을 일삼는 것은 안 된다. 한국이 음험한 중국 패권주의의 구심력에 빨려 들어가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얼마 전 한국 정부의 개별관광 등 남북협력 추진과 관련 “워킹그룹을 통해서 다루는 것이 낫다”는 견해를 피력한 해리스 주한 미 대사를 향해 정부·여당이 벌떼처럼 나서서 비난했었다.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대사가 무슨 조선 총독인가”라고 물어뜯었고,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대북정책은 대한민국의 주권”이라고 맞장구쳤다. 청와대도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논평했다.

하지만 온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우한 폐렴’과 관련해 싱 하이밍 신임 주한 중국대사가 내놓은 시건방진 발언에 대해서는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 싱 대사는 우리 정부가 후베이성을 방문한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제한한 데 대해 교역·이동 제한을 권고하지 않는 세계보건기구(WHO) 방침을 언급해 에둘러 비판했다. 해리스를 향해 ‘조선 총독이냐’며 고약을 떨었던 송영길도, 외교부·청와대도 모두 조용하다.

우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7년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실질적으로 중국의 일부이곤 했다”고 한 발언을 기억한다. 정부가 국민 여론에 못 이겨 사실관계 확인을 중국에 요청했다고 했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들었다는 얘기는 없다. 방중(訪中) 기간 우리 대통령을 중국 뒷골목 식당에서 밥을 먹도록 했던 저들의 오만도 국민들은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한미동맹은 대한민국이 선택한 최선의 생존방식이다. 그 힘으로 우리가 이만큼 번영한 엄연한 사실을 부인해서는 안 된다. 숭미주의(崇美主義)도 곤란하지만, 반미는 더욱 안된다. 중국과 잘 지내는 것은 꼭 필요하지만, 굴종은 안 된다. ‘우한 폐렴’ 괴질 소동 속에 우리의 대중(對中)외교가 시험대에 올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