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코미디는 고통, 잔혹, 가난, 죽음 등 비극적 소재로부터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희극의 한 장르다. 비극은 극이 다루는 개인적 고통의 과정이나 의미를 잘 전달하지만 관객을 웃게 하는 일은 없다.

그러나 블랙코미디는 보는 이로 하여금 익살스러움에 웃음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것이 비극과 다르다. 익살스럽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지극히 현실적이고 현실에 존재할 수 있는 가혹한 내용이 있음을 깨닫게 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갖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정치인을 풍자한 유머에서 블랙코미디를 접할 기회가 종종 있다. 여기서 하나의 사례를 들어보자. 제목은 ‘모두가 개’.

어느 부패 정치인 세 명이 이름난 보신탕 집을 찾았다. 세 명이 모두 자리에 앉자 종업원이 다가와서 그들에게 물었다. “모두가 개요?” 정치인들이 답했다. “네”.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인에 대한 국민적 불만을 그려낸 블랙코미디의 한 부분이다. 이런 풍자를 통해 국민은 정신을 순화하는 일종의 카타르시스적 효과를 얻어낸다. 정신분석학적으로 말하면 마음의 상처를 털어내는 정신요법이라고도 할 수 있다.

대구출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 최초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는 한국사회를 풍자적으로 비판한 블랙코미디 스타일이다. 반지하에 사는 가족과 고급저택에 사는 두 가족의 우연한 만남을 소재로 현대사회의 계급과 계층의 문제를 통렬하게 비판한 작품이다.

빈부격차와 양극화로 단절된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코믹한 터치로 그려 관객도 부담 없이 즐겼던 영화다.

이제 삼류인 우리의 정치만 바뀌면 대한민국은 세계 1등 국가라는 말이 나온다. 블랙코미디의 소재가 될 만한 우리 정치인의 행동, 각성해야 할 때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