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룡 서예가
강희룡 서예가

양두구육은 양 머리에 개고기라는 뜻이다, 겉과 속이 다른 속임수를 꼬집는 말이다. 이 고사성어의 배경은 춘추시대 제나라 영공이 궁인들 가운데 잘생긴 여자들을 뽑아 남장을 시키고서 그 모습을 바라보며 즐거워하는 괴상한 취미에서 비롯되었다. 궁궐의 소문이 널리 퍼지자 백성들 가운데 예쁘다는 여자들도 모두 남장을 했다. 그러자 영공은 대궐 밖 여인들에게는 남장을 금한다고 포고령을 내렸다. 그래도 금령이 잘 지켜지지 않자 재상인 안영을 불러 그 까닭을 물었다. 안영이‘왕께서는 지금 궐내의 여인들에게는 남장을 시키시면서 궐 밖의 여인들에게는 남장은 금하고 계십니다. 이는 마치 밖에 양 머리를 걸어 놓고 안에서는 개고기를 파는 것과 같은 속임수입니다’ 라고 대답하자 곧 깨달은 영공은 궁중에서도 남장을 하면 안 된다는 명을 내렸다.

다산 선생의 목민심서 호전육조(戶典六條) 제3조 곡부(穀簿), 곡식장부에 ‘윗물이 이미 흐리니 아랫물이 맑기 어렵다’라는 기록이 있다. 춘향전에 신관사또에게서 모진 매를 맞고 옥에 갇힌 춘향이의 심정을 노래한 12잡가 중 형장가에 ‘국곡투식(國穀偸食)하였느냐’라는 대목이 나온다. 국곡투식은 나라곡식을 훔쳐 먹는다는 뜻이다. 이런 기록들은 모두 나라를 이롭게 해야 할 위치에 있는 관리들이 그들의 영욕으로 되레 나라를 병들게 한다는 것이다.

추미애 법무장관이 1월 9일 검찰고위직 인사파동을 야당이 비판하자 ‘검찰총장이 제 명을 거역한 것’이라고 했다. 그 후 2월 3일 신임검사 임관식에서는 윤석열 총장이 후배 검사들에게 강조했던 ‘검사동일체 원칙’을 비판하면서 검찰조직에 뿌리 깊은 상명하복의 문화가 있다며 검사들은 하찮은 존재가 아니라면서 상명하복 문화를 박차고 나가서 정의감과 사명감이 있는 존재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 청와대와 연관된 고위층 비리를 수사하던 검찰수사라인을 개혁으로 포장해 장관의 인사권을 이용해 공중분해 시킨 것은 이 사건을 덮으려는 인상이 깊다. 또한 상명하복을 강조하며 검찰조직에는 이런 문화를 없애라고 한 것은 이율배반적인 행위이며 그가 말한 정의감과 사명감의 개념은 국민의 상식과 상반되는 느낌이 든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에 관한 공소장 미공개에 대한 비판에 앞뒤가 맞지 않는 변명은 신뢰감만 떨어진다.

진실과 거짓게임에서 승자는 결국 진실 편에 있다. 거짓말은 곧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며 바로 척결대상이다. 거짓을 진실로 포장하려는 헛된 생각은 추악한 범죄이며, 이를 용인하는 사회는 병든 사회이다.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하고 진실을 왜곡하기 위해서 공직자로서 저지르는 비도덕적인 행위를 바로 ‘양두구육’이라 일컫는다. 강렬한 메시지를 담은 고대 그리스 이솝의 ‘양치기 소년’ 우화는 거짓말은 매우 나쁜 것으로 그 결과는 참혹한 불행을 자초한다는 교훈을 강조하고 있다. 거짓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고자 한다면 이는 이른바 양치기 소년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스스로의 몸이 반듯하면 단속하지 않아도 모두가 따르지만, 바르지 못하면 아무리 단속해도 따라주지 않는다는 ‘논어’의 구절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