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배우며’의 작가 레오 버스카글리아는 어렸을 때부터 잠자리에 들 때마다 ‘오늘은 뭘 배웠지?’라고 스스로 물어보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초등학교 5학년에 학교를 그만두었지만 ‘세상이 곧 학교’라는 믿음과 ‘아침에 일어나 아무것도 배우지 않고 잠드는 것은 죄악’이라는 생각을 신념으로 갖고 있던 분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가족 모두가 한자리에 모이는 저녁 식탁에서 항상 이렇게 물었습니다. “오늘 네가 배운 건 뭐지?”

아버지의 질문에 가족들은 한 가지 이상씩 꼭 대답해야 했습니다. 만약 배운 것이 없다고 말할 때는 식사를 못하게 할 정도로 엄격했습니다. 대신 아버지는 가족들이 말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하찮게 여기거나 소홀히 생각하지 않았고, 날마다 가족들이 말한 지식을 서로 연결하며 5∼6개의 새로운 사실과 경험들을 함께 배우고 나눌 수 있도록 했습니다.

레오버스카글리아는 아버지가 늘 들려주었던 말을 잊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인간의 수명에는 한계가 있지만, 배움에는 끝이 없단다. 인간은 무엇을 배우느냐에 따라 달라진단다.”

배움이란 무엇일까요? 호모에루디티오(Homo Eruditio), 즉 배우는 인간이란 용어를 만들어낸 연세대 한준상 명예교수는 ‘배우다’라는 의미를 이렇게 풀어 설명합니다. ‘배우다’라는 말은 ‘배다(임신하다)’에 하게 하다는 의미의 ‘우’가 들어가 ‘임신하게 하다’ 즉 속에서 자라게 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무언가를 배우는 일은 스스로 지식의 어미가 되어 우리 내면에서 피와 살을 붙이고 생명을 만들어내는 일입니다. 또 하나는 ‘스며들게 하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스며드는 것은 조금씩 배어들어 큰 부분을 적시는 과정입니다.

오늘도 배우는 삶의 현장으로 나갑니다. 무엇을 잉태하고 무엇을 스며들게 할지, 호기심 가득한 눈길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