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인 유승민 의원이 자유한국당에 신설 합당을 추진하자고 제안하면서 21대 총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유 의원의 선언은 일단 정치 인생을 걸고 벼랑 끝에서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읽힌다.

굳이 유승민의 요구가 아니더라도 혁신통합추진위가 추구하는 보수신당은 ‘혁신’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렵다. 본격적으로 시작될 신당 논의가 ‘가치통합’을 중심으로 국민적 공감대를 최대한 확장해내야 할 것이다.

유승민은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장고 끝에 종로 출마를 결정하자 ‘합당’과 ‘불출마’라는 강수를 두었다. 지지부진하던 보수 통합 작업의 물꼬를 트는 동시에 기득권 포기로 혁신작업에 탄력을 받게 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유승민의 선택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합당 대신 연대를 고수하다가 던진 벼랑 끝 승부수라는 둥, 2년 후 대권가도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둥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그의 용단을 지나치게 정략적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과하다. 유승민의 선언 중에 주목해야 할 점은 따로 있다. 그는 자신이 일관되게 강조해온 ‘보수 재건 3원칙’을 또 한 번 조건으로 내걸었다. 황교안 대표가 ‘수용’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제대로 돼가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이 대목에서 냉정하게 살펴보아야 할 대목은 자유한국당에서 아직 ‘혁신’의 싹수를 발견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제아무리 높아도 이탈한 민심이 한국당으로 흐르지 않는 게 그 증거다. 위기의식의 팽창으로 ‘적극적 참여’로 몰려가는 진보 민심이 문재인 정권의 실정에 면죄부를 줄 가능성이 오히려 높아지는 추세다.

‘혁신’의 감동은 건너뛴 채 슬슬 ‘닥치고 흡수통합’을 추구해가는 자유한국당의 오만한 수구꼴통 모습에 실망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황교안 종로 출마’, ‘보수신당 창당’, ‘유승민 불출마’ 정도로는 어림 턱도 없다. 국민이 폭풍적으로 감동할, 그래서 정권을 맡겨도 되겠다는 민심을 폭발시킬 ‘혁명’의 깃발을 이젠 내놓아야 한다. 지금 그걸 못하면 모두 역사의 중죄인이 되고 말 것이라는 현실을 상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