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장고 끝에 4·15 총선에서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황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천 길 낭떠러지 앞에 선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출마 결심을 밝혔다.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반응에서부터 ‘등 떠밀려 나온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반응이 다양하다. ‘보수 통합’을 비롯해 국민이 진정 바라는 ‘혁신공천’에 이르기까지 황 대표 앞에 놓인 과제는 그야말로 태산이다.

황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민심을 종로에서 시작해 서울, 수도권 그리고 전국으로 확산시켜 나가겠다”면서 “결정된 이상 황소처럼 끝까지 나아가겠다”고 전의를 다졌다. 황 대표는 민주당 이낙연 전 총리에 대한 언급 대신 “이기려고 하는 상대방은 문재인 정권”이라고 분명하게 경쟁 상대를 지목했다.

전직 총리에다가 대권 주자 지지율 1, 2위의 맞대결로 치러질 종로 선거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먼저 ‘출마’ 깃발을 꽂은 이 전 총리가 당장은 지지율에서 크게 앞서는 모양새지만, 본격적인 대결이 펼쳐지면 양상이 달라지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황 대표가 선거의 프레임을 ‘황교안 대 문재인’으로 짜고 시작한 것에 대해서는 대략 호평이다.

그러나 황 대표가 맞닥뜨리고 있는 예민한 현안은 한둘이 아니다. 우여곡절을 거치고 있는 보수 통합이 제대로 매듭지어져야 하고, ‘혁신공천’ 또한 난제가 만만치 않다. 전략 지역으로 출마하라는 당의 압력을 받고 있는 홍준표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황 대표가 종로 출마한 목적이 나를 효수하기 위함이냐”며 “참 어이없는 당이 되어간다”고 날을 세웠다. TK(대구·경북) 현역을 향한 온당하지 않은 컷오프(공천탈락) 흐름도 재정리돼야 한다. 선거에서 이기는 전략이 되기 위해서는 옥석을 구분하지 않는 ‘희생양 만들기’로 가서는 안 된다. 공감할 수 있는 정성평가(定性評價)를 통한 공천작업으로 당에도 유익하고, 지역 정치도 살릴 수 있는 묘책을 찾아내야 한다.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황 대표가 참다운 민심을 깊이 받아들여 현안들을 슬기롭게 해결하는 지도력부터 보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