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정당정치는 자유민주주의 꽃이다. 다양한 정치적 의견이 정치에 투영되어 민주주의를 꽃피울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선관위에 등록된 정당은 34개이지만 등록 준비 중인 정당이 16개에 이른다. 지난번 국회를 통과한 준 연동제 선거법은 3%이상의 지지 정당에 비례대표의원을 할당 받는다. 21대 총선을 눈앞에 둔 시점이지만 등록정당은 늘어날 전망이다. 비례 대표를 의식한 신당이 창당되기 때문이다. 개정 선거법이 초래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다.

자유한국당은 비례대표용 미래한국당을 창당하였다. 황교안 대표는 이 당을 자유한국당의 ‘자매정당’이라고 했지만 언론에서는 이미 ‘위성 정당’으로 지칭하고 있다. 미래한국당 창당식에는 자유한국당 대표와 사무총장까지 참여하였다. 4선의 한선교 의원이 대표로 선출되고, 자유한국당 출마 포기 의원 3명이 미래한국당에 입당하고 앞으로 의원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제1야당이 비례대표용 위성 정당을 급조한 것은 정당사에 유례없는 일이다. 미래한국당이 비례대표 의원을 얼마나 당선시킬지는 유권자들의 표심에 달려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위성 정당을 창당한 자유한국당의 정치 행태를 꼼수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사실 위성 정당 탄생으로 가장 피해를 보는 측은 정의당이다. 이들의 비판이 거세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의당은 비례 득표용 정당의 창당은 헌법과 정당법에도 위반된다고 검찰에 고발하였다. ‘떴다방 식’ 정당의 급조는 민주 정치의 도의에 어긋날 뿐 아니라 정치 개혁의 본질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국회의 패스트 트랙을 통한 준연동제선거법에 대한 불가피한 자구책이라 강변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비례대표 후보를 공천하지 않고 미래한국당을 통해 비례대표의원만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북한에는 위성 정당에 비견되는 우당(友黨)이 있다. 북한노동당이 친구 정당으로 사회민주당과 천도교청우당을 두고 있다. 북한노동당은 사회민주당과 천도교청우당을 조직하여 정치 선전에 이용한지 오래다. 천도교청우당은 월북한 남한의 전 외무장관 최덕신과 부인 류미영이 중앙위원회 위원장직을 맡았다. 최근 남한의 그의 아들이 월북하여 뒤를 잇는다는 보도가 있었다. 북한 당국은 사회민주당을 사회주의 인터내셔널에 참석시키고 천도교청우당은 민족 종교를 통해 인민들의 충성을 강요하는 수단이다. 그들은 우당을 통해 북한체제가 일당독재가 아님을 선전하려는 의도이다. 모두 그들의 위장된 통일 전선 조직일 뿐이다. 북한의 우당은 노동당 일당의 외곽 단체이며 선전 수단이다. 그러나 미래한국당은 준연동형비례대표제의 맹점을 교묘히 활용한 급조정당이다. 정치적으로 비난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현재로서는 불법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문제는 집권 여당이 위성 정당 창당을 맹렬히 비난하지만 이에 대한 마땅한 해법이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집권 여당인 더불 민주당까지 위성 정당을 모방 창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여기에 집권 여당의 고민과 딜레마가 있다. 이번 총선에서 위성 정당 문제는 선거의 쟁점이 될 것은 분명하지만 그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4·15 총선의 결과를 기다려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