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쾡이의 눈 - 마쓰오 바쇼를 추억함
살쾡이의 눈 - 마쓰오 바쇼를 추억함
  • 등록일 2020.02.05 20:24
  • 게재일 2020.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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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대 식

푸른 겨울밤 하늘

냉골의 암자에서 흐른 술을 마시던 그대를 추억한다

댓돌에 가만히 얹혀 있을 한 짝 신발을 추억하는 것이다

모든 길은 걸어서 가야 한다

풍경이 울리는 마당 가에서

늙은 물고기가 커다란 입을 벌리고 얼어간다

무욕의 생이란 한낱 저 목어(木魚)와 같아

쓰리디 쓰린 입술로 세상에 입을 맞추는 것

저 별의 빛이 내 가슴에 와 닿기까지

얼마만큼 서늘한 공간을 날아와 고단한 몸을 투신하는가

형형한 해골 하나를 추억한다

이 겨울밤,

거세하지 못한 내 생의 뿌리가 부끄럽다

혹 들판에 낱낱이 뿌려지는 하찮은 눈발이도

제발 내 헛것에 감감을 불어넣어다오

하여,

소용없음을 진각하게 해다오

꿈도 아닌 가난한 생의 저 밖을 헤매는

한 그루 겨울나무처럼

나, 여기

짧고 명료하면서 많은 울림을 품고 있는 일본의 시 하이쿠의 시인 바쇼를 추억하며 쓴 시다. 시인은 살쾡이의 눈을 떠올리며 육신을 다 버리고 난 뒤의 형형한 해골 하나에도 빛나는 눈이 있음을 말하고 있다. 무욕의 생을 표방하고 살아가지만 그렇지 못한 자신을 한탄하며 겨울밤을 새우는 바쇼처럼 진정한 시인의 길을 가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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