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돈 가방 발견한 ‘중만’ 역할 배성우
“원작보다 더 적극적인 인물로 표현”

영화배우 배성우

“중만은 처음부터 그렇게 매력적인 인물은 아니었는데…. 그래도 대본과 원작 소설보다는 더 적극적인 인물로 표현된 것 같아요.”

각기 다른 이유로 벼랑 끝에 놓인 인물들이 거액의 돈 가방을 두고 짐승처럼 변해간다. 이때 그 주제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인물은 돈을 발견하기 전 평범하게 살던 인물이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배우 배성우(48)가 연기한 중만이 그렇다. 그는 사업 실패 후 야간 사우나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가장이다. 그는 사우나 로커에서 돈 가방을 발견한 후 흔들리게 된다.

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배성우는 “처음엔 별 매력은 없었지만, 이야기 안에서 꼭 필요한 인물이라는 생각은 들었다”고 털어놨다.

“관객이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느낌은 받았어요. 그래서 특히 조심스럽게 연기했죠. 별사건은 없고 고뇌만 있는 인물이거든요. 계속 고민하고, 감독님한테 ‘(중만이가) 선을 넘고 있는 건 아니죠?’라고 확인해가면서 촬영했어요. 영화 완성본을 보고 나니까 ‘아예 그냥 확 할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더 차분하게 할 걸 그랬나’ 생각도 드네요.” 중만을 더 입체적인 인물로 만들기 위해 의상에도 직접 신경 썼다. 적재적소에 애드리브도 활용했다.

“어떤 옷을 입어야 영화에 방해가 안 되고 이 인물이 더 잘 보일지 생각해봤죠.

더 사실적으로 보였으면 했어요. 50대 설정이라 머리에 흰색 칠을 하기도 했고요.

사우나 사장에게 하는 ‘버릇이 없네’라는 대사는 애드리브였는데 다들 재밌어하더라고요. 그런데 너무 예고편부터 공개가 돼서…. (웃음)”중만의 경우처럼 큰돈이 갑자기 생기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묻자 “신고할 거다”라며 “이 영화를 찍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뒤탈이 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중만의 노모를 모시며 팍팍한 생활을 이어가는 그의 아내 영선은 배우 진경이 연기했다. 진경과 배성우는 과거 연극에서 두 차례 부부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부부로는 오랜만에 만났는데, 원래 친한 친구예요. 동갑이기도 하고요. 제가 더 어려보이죠? (웃음) 진경이는 연극에서 만났을 때, 워낙 매력 있어서 앞으로 잘되겠지 싶었어요. 진경이도 아마 (저에 대해) 그렇게 생각할걸요? (웃음)”‘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최근 로테르담영화제에서 심사위원 상을 받았다는 낭보를 받아들기도 했다.

“처음에 로테르담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고 하길래 ‘그거 재미없다는 소리잖아’라고 했어요. (웃음) 일단 상 받았다고 하니까 완성도가 산으로 가진 않았다는 이야기구나 싶죠.” 최근 라디오에서 이 영화가 500만 관객을 돌파하면 동생인 배성재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오겠다는 공약을 한 데 대해서는 “그쪽에서 원하면 괜찮다고 했다. 알아서 거절하지 않을까 싶다”며 “가족끼리 같이 (출연)하면, 너무 신경이 쓰일 것 같다”고 말했다.

배성우는 올해는 이 영화 말고 ‘출장수사’ 등의 개봉을 기다린다. 강제규 감독의 ‘보스턴 1947’ 촬영도 마쳤다.

“올해 개봉을 앞둔 영화가 많아 걱정됩니다. ‘지푸라기’도 걱정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반응이 좋네요. 사건 자체보다도 그들의 사연에 집중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그런 걸 기대하고 오시면 좋아하실 것 같아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