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체제·노선 등 이견 여전
황교안·유승민 담판이 변수

자유한국당과 시민사회 단체 등 범보수 진영이 참여하는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의 통합작업이 개문발차식으로 굴러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통합신당에 참여하는 주체가 명확하지 않은 데다 가치도 불분명하고, 주요 통합대상인 새보수당의 참여여부도 확정되지 않은 채 통합일정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혁통위는 오는 6일 ‘통합신당준비위원회’(신당준비위)를 발족하기로 했다. 한국당은 새 당명을 ‘통합신당’으로 하고 당 상징 색깔로는 핑크색과 빨간색을 조합한 붉은 계열을 검토 중이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4일 “통합신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신봉하는 모든 다양한 사람들의 모임”이라며 “이를 담아내기 위해 기존처럼 특정한 색깔에 얽매이지 않으려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국민이 진정으로 통합신당에 바라는 것은 ‘행복’으로, 핑크빛 희망과 꿈을 그리려 한다”며 “아울러 인간의 근원적인 피 한 방울을 상징하는 빨간색도 빠질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당은 신당의 색깔과 로고 등의 가안을 완성한 뒤 신당준비위의 최종 추인을 거친다는 방침이다.

또한 혁통위는 ‘5인 준비위원장’ 체제를 콘셉트로 박형준 혁통위원장과 장기표 국민소리당 창당준비위원장을 포함한 시민사회 인사들로 신당준비위를 꾸릴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신당준비위에 참여하지 않을 예정이다.

통합열차가 신당명과 상징 색깔까지 구체화하며 달리고 있지만 곳곳에 난맥상은 여전하다.

우선 통합신당에 참여하는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 이에 따라 통합신당이 지향하는 가치도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의원의 ‘담판’이 쉽사리 성사되지 않는 가운데 새보수당은 통합신당 참여 여부를 뚜렷하게 밝힌 적이 없다.

‘안철수 신당’을 들고나온 안철수 전 의원도 현재까지는 혁통위를 비롯한 보수통합에 선을 긋고 있다. 이 때문에 혁통위의 통합신당이 ‘다 모이자’는 구호 외에 유권자들에게 별다른 감동이나 울림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향후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는 하지만, 일당 당명을 ‘통합신당’으로 하기로 한 것 자체가 통합신당의 비전과 가치가 모호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통합신당 지도부를 어떻게 꾸릴지에 대한 논의도 안갯속이다. 통합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대목이다. 이는 곧 자당 중심의 단계적인 소통합을 그리는 한국당과 원점에서 제3지대를 꾸리려는 혁통위 간 주도권 다툼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당은 현재의 신당을 지도체제를 허물지 않은 채 최고위원회에 ‘지명직 최고위원’ 격으로 혁통위 인사 1∼2명을 들여오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하지만 혁통위 측은 신당준비위 이후 지도체제와 선거대책위원회 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혁통위는 5일 회의를 열고 6일 출범하는 통합신당준비위원회의 인적구성과 신당 지도체제에 대한 논의를 일단락할 예정이다.

다만 황교안 대표와 유승민 의원의 만남이 전격적으로 성사될 경우엔 통합작업이 급반전을 맞아 급진전될 수 있다. 유승민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황 대표와 이번 주에 만나느냐’는 질문에 “오늘은 아니다”라고 답하며 입을 지퍼로 잠그는 제스처를 취했다.

정치권에선 황 대표와 유 의원이 만날 경우 통합신당의 가치와 지도체제 등 쟁점이 일괄타결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이날 혁통위에는 국민의당 출신 지역위원장이 주축인 국민미래포럼이 합류를 선언했다. 옛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이들은 김영환·문병호 전 의원 등 14명이다.

문 전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회견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안철수 전 의원이 혁통위에 참여하도록 계속 노력하겠다”며 “통합신당이 도로 새누리당이 돼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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