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 증가세가 멈출 줄을 모르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의 대응에 제기된 문제점들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정부 방침은 오락가락하고, 경제 파탄 후폭풍에 대한 대책은 오리무중이다. ‘무증상 감염’ 가능성까지 드러난 가운데 감염자들의 활동에 대한 추적관리는 매번 뒷북 놀음이다. 국민 사이에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기도나 하란 말이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4일 0시 기준 우한 폐렴 누적 확진자는 전날보다 3천235명이 늘어난 2만438명, 누적 사망자는 64명 늘어난 425명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에서도 4일 오전 현재 확진자가 16명으로 늘어났다. 중국 상하이 증시가 3일 7.72% 폭락했다. 이는 5년 만의 최대 폭락으로 하루 만에 약 3천700억 달러(약 442조 원) 규모의 시가총액이 사라졌다. 중국산 부품 조달이 막힌 우리나라 공장들이 줄줄이 멈춰 서고 있다.

국내 최대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3일 “우한(武漢)시가 포함된 후베이(湖北)성으로 국한된 위험지역을 중국 전역으로 확대해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방역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면 국민 생명이 위협받는다”는 내용의 제4차 호소 담화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의 중국 눈치 보기 행태는 변함이 없다.

중국 중국인에 대한 관광 목적의 단기비자 발급을 ‘중단할 계획’이라던 발표 내용은 2시간도 안 돼 ‘검토할 예정’으로 물러섰다. 다시 2시간 뒤엔 ‘중국 전역의 여행경보를 여행자제에서 철수 권고로 상향 발령하고 관광 목적의 중국 방문도 금지하겠다’던 내용도 ‘검토할 예정’으로 뒷걸음쳤다.

중국 수출 비중이 25%로 여전히 높은 우리나라 형편으로선 정부의 고민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예방약도 치료제도 없다는 전염병이 확산일로에 있는데, 정부가 오락가락 좌고우면하면서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는 모습은 국민 불안을 덧낼 따름이다. 신속한 조치를 단호하게 취함으로써 일단 쏟아지는 괴질 폭포를 막고 보아야 할 것 아닌가.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심히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