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후보 난립 TK 지역구 등
표심과 달리 쉬운 상대 역선택
현역 의원에 불리 가능성 많고
기법상 막을 방법도 없는 실정
당무감사 등 새 평가법 요구도

자유한국당의 현역의원 물갈이 기초가 되는 여론조사의 방식이 대구·경북(TK) 민심을 왜곡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한국당 예비후보가 난립한 지역구에서는 당내 현역 의원을 컷오프시키기 위해 불리한 답변을 할 가능성이 높는데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도 상대하기 쉬운 후보를 고르기 위해 역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당의 현역의원 컷오프를 위한 여론조사는 1차 일반 유권자, 2차 당원 등으로 실시하며 현역의원의 후보 적합성, 재당선 가능성을 중심으로 조사하게 된다. <관련기사 3면>

컷오프 여론조사를 앞두고 있는 지역의 한 의원은 본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의 지지율이 높은 것을 가지고 현역의원을 물갈이한다는 것은 정치적 악용일 뿐 아니라 TK민심을 왜곡하는 것”이라며 “공천관리위원회가 사실상 꽂으면 당선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고 불편함을 내비쳤다.

또 “TK지역에서 출마한 민주당 A후보의 경우 ‘여론조사가 돌면 민주당이 아닌 한국당을 지지한다고 하라’고 오더를 내렸다고 한다”며 “더구나 한국당 후보가 난립한 TK지역의 경우 경쟁상대가 있는 예비후보 측 인사들은 현역의원들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여론조사에 응답하라는 주문을 지지자들에게 부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컷오프 여론조사에서 한국당 후보가 난립한 지역일수록 현역의원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게 되는 셈이다.

실제 김석기 국회의원의 지역구인 경주에서는 4명의 예비후보가 나선 것을 비롯해 포항북, 포항남·울릉, 구미갑, 구미을, 영천·청도, 영양·영덕·봉화·울진 등의 선거구에서도 3명의 후보가 난립해 있다. 역대 선거 여론조사마다 제기됐던 다른당 소속 후보들을 중심으로 상대하기 쉬운 후보에게 유리하게 응답하는 역선택도 난무할 것으로 보여, TK지역 중에서도 가장 치열한 컷오프 경쟁을 펼쳐야 할 형국이다.

이에 대해 TK지역 한 의원은 “TK지역마다 나오는 후보 숫자가 다르고, 지역마다 한국당 지지율이 다른 상황”이라면서도 “당내 공천경쟁을 벌이기도 전에 당내 경쟁후보, 민주당 후보와 1차 컷오프 전쟁을 치러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런 이유로 인해 TK지역 정가에서는 현역 의원을 컷오프시키기 위한 여론조사는 공정성과 객관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 역시 기술적으로 역선택을 막을 방법이 거의 없다고 토로한다. 한 여론조사업체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고, 문항도 없다”고 귀띔했다.

이는 여론조사가 지역민심을 대표할 수 없다는 문제로 이어진다. 단적인 예로 응답률이 낮아서 대표성 있는 표본 확보가 어렵다. 전화면접원 조사의 응답률은 10% 안팎이다. ARS(자동응답시스템) 조사는 5%를 넘기기 힘들다. 더 큰 문제는 응답률이 낮은 데다 여러 조사에서 특정 정파에 호의적인 성향의 응답자들이 지나치게 많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역대 총선에선 여론조사가 판세를 잘못 읽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이에 따라 지역정가에서는 현역의원 컷오프만을 위한 여론조사보다는 당선가능성 위주로 현역의원과 예비후보간 경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TK의원실 한 관계자는 “공천관리위원회에서 TK지역의 경우 50∼70% 이상 물갈이를 하겠다고 언급하면서 경쟁후보들은 ‘우리지역 현역의원은 컷오프된다’는 소문을 지역정가에 흘리고 있다. 이로 인해 현역의원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공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당무감사 등을 토대로 현역의원을 평가하고, 이를 기반으로 경쟁 후보들과 공천경쟁을 붙여, 경쟁력 있는 인사가 공천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김영태·박형남기자

    김영태·박형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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