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50%∼70% 대구·경북(TK) 물갈이론이 지역정가에 퍼지고 있는 가운데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4일 TK의원들과 오찬과 만찬을 갖기로 해 TK의원들의 ‘입’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3일 한국당 관계자 및 지역 의원들에 따르면 황 대표는 4일 대구 의원들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오찬을, 경북의원들과는 같은 날 만찬을 한다. 이번 비공개 회동은 황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권역별·상임위별로 의원들을 만나 총선에 대한 의견을 듣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공천관리위원회가 TK 현역 의원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하고, TK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자 이들에 대한 달래기 작업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오찬 다음 날인 5일 공관위가 현역 의원 컷오프(공천배제)를 위한 여론조사를 개시한다는 점에서 이번 회동에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연스레 대화 주제는 공천 문제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TK의원들은 황 대표와 식사 자리에서 TK물갈이에 대한 불만을 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이 어려울 때 당 지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노력했는데, 공천 때가 되니 토사구팽시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TK한 의원은 “한국당이 어려울 때는 서문시장을 찾아 ‘보수의 불씨를 살려달라’고 읍소했는데, 이제와서 TK가 잘못했다고 한다”며 “어제도 지역구 사무실에 연세가 있는 분들 몇 분이 방문해 ‘당이 어려울 때 나서서 도왔는데 왜 가만히 앉아 당하고만 있느냐’고 혼내시더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의원은 박완수 사무총장을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제외시키고 TK의원을 넣어달라는 이야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김형오 위원장을 비롯해 부산·경남 출신 공관위원은 김세연, 박완수,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 등 총 3명”이라며 “TK의석수가 25석임에도 불구하고 지역 민심을 전달할 창구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 대다수 의원들은 컷오프 기준으로 당 지지율과 의원 지지율을 단순 비교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황 대표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익명을 요구한 TK한 의원은 “TK지역에서도 다선의원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2022년 정권 재창출할 때 TK가 교두보 역할을 해야 하는데, 항상 보수정권 창출은 TK가 앞장서서 투표율 80%, 지지율 80%를 달생했다. 그런데 이걸 무시하고 당의 지지율 높은 걸 가지고 의원들을 물길이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것이라는 말을 전할 계획”이라며 “이는 민심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시스템대로 공천을 해야 한다. 시스템대로 공천을 않고, 50% 물갈이 등의 얘기를 해서는 안된다“며 ”TK를 바보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TK지역 한 중진의원도 “TK 물갈이가 관례가 되지 않도록 이번 만은 막아야 한다”며 “뒤에 오는 사람이 앞사람보다 낫다는 보장이 없다. 덮어놓고 물갈이 하다보면 TK 정치력만 약화한다는 의견을 전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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