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박사
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박사

“인류가 출현하기 전부터 존재했던 전염병은 앞으로도 인류와 운명을 함께 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인간의 역사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는 매개변수이자 결정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윌리엄 맥닐은 ‘전염병의 세계사’에서 감염성 병원균의 돌연변이로 인해 가까운 미래에도 안정된 생태계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2020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불안과 공포가 커지고 있다. 마스크 품귀현상이 나올 만큼 우리 사회를 무력하게 하는 코로나 바이러스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생태적 위기는 모두에게 무차별적인 듯 보인다. 많은 국민들은 자신에게도 닥칠 수 있는 위험으로 인식하고 있다. 상당한 복잡성과 이질성, 유동성을 특징으로 하는 신종 바이러스인 ‘코로나’는 ‘메르스’와 ‘에볼라’ 사태처럼 사실상 누구든 위험대상으로 만들 만큼 강력하다. 바이러스 확산을 우려해 중국으로의 출입국 제한조치를 고민해야 할 정도로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상황이 심각하게 전개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 ‘공중보건비상사태’를 선포하였다.

울리히 벡은 현대 사회를 분석할 때 ‘위험’이라는 개념을 추가하였다. 테러, 사건 사고의 불확실성, 재난의 국제화에서 볼 수 있듯이 각종 요인이 연계되어 작용하는 ‘위험사회(Risk Society)’가 되었다. 생태 위기로 인한 질병목록이 증가되고 수많은 위험 요소들이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는 시대가 되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전염병 위기는 국가 단위로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다. 불가예측적인 위험의 속도로 한 국가의 권능에 의탁하는 것이 이제는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위험사회에서 특히 ‘위험’이 문제가 되는 것은 사람들을 분리하고 분열시킨다는 점이다. 우한지역에 사는 교민들을 전세기편으로 입국시키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련의 사태가 그것이다. 감염자는 사회로부터 격리조치 당하고 각자의 안전을 위해 서로를 불신하는 징후가 곳곳에 잠복되어 있다. 이에 정부에게만 기대거나 정부 주도의 하향식 거버먼트(government)로는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시민들도 문제해결과정의 주체가 되는 거버넌스(governance)가 중요하다.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사안을 바라보거나 방관하지 않고, 공익 차원에서 적극 협력하는 ‘아래로부터의’ 자율적 연대가 문제해결을 위한 열쇠다.

시민사회 안전을 위해 종합적인 전략과 대안이 요청된다. 바이러스가 발생할 때마다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손 씻기, 옷소매로 가리고 기침하기”와 같은 예방수칙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위생문제로 단순 치환하기보다 예방과 관리를 위한 인프라 구축과 성숙한 시민의식에 기반한 협력적 거버넌스가 요청된다. 잠재적 위험에 더 노출될 수밖에 없는 계층에 대해 ‘우리’ 문제라는 인식하에 마음을 모아야 한다. 위기 상황은 정부 권력이나 영웅적인 지도자가 해결할 수 없다. 위기가 위험으로 빠지지 않고 문제해결의 기회가 되려면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