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이 경제에 불확실성을 키우는 가운데 금리 인하로까지 이어질지 관심을 끈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신종코로나가 경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은이 곧바로 금리 인하로 대응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반면, 과거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때 기준금리가 인하됐던 전례를 들어 한은이 이번에도 신속히 대응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2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 채권시장에서 통화정책 변화에 민감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설 연휴 이후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연휴 직전인 지난달 23일 연 1.42%였던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달 31일 연1.30%로 하락했다. 연 1.25%인 기준금리와의 차이는 0.05%포인트로 좁혀졌다.

연휴 기간 신종코로나 확산에 대한 우려가 본격화되면서 안전자산인 국채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고, 한은이 조만간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도 커진 영향이다.

앞서 한은은 메르스가 확산하던 2015년 6월 가계부채 부담으로 금리를 내리기 어려울 것이란 시장 예상을 뒤엎고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인하한 바 있다.

사스 사태가 있었던 2003년에도 5월과 7월에 금리를 내렸다.

채권시장 전문가 사이에선 단기적으로 채권금리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지만, 한은이 곧장 금리인하로 경기 대응 행보에 나설 것이라 판단하기는 아직 섣부르다는 의견이 많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2003년 사스 사태 때 금리를 내린 것은 이라크 전쟁, 국내 카드 사태, SK글로벌 사태 등이 복합적인 원인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다”며 “2015년 메르스 때도 국내 사망자가 세계 2위를 기록하며 경기에 타격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선 연내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본다”면서 “통화정책 변경 여부는 최소 한두 달이 지난 시점에서 신종코로나 확산 추이와 실물경제 영향을 지켜본 뒤에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리 인하가 수도권 집값 상승을 다시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은 한은이 통화정책 변경에 더욱 신중을 기하도록 하는 요인이다.

김민형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월 회의에서 부동산 가격 및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고 강조했다”며 “추가 금리인하 결정에 신중한 스탠스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평가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동결도 한은의 정책 여지를 좁히고 있다. 연준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현행 연 1.50~1.7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된 상황에서 한은의 통화정책은 미 연준의 정책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며 “한미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역전된 상황에서 연준의 금리동결 기조는 한은의 금리인하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신종코로나 사태로 한은이 신속히 금리인하 대응에 나설 것이란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종코로나로 인한 경제심리 하락으로 민간소비부진은 예상보다 빠르게 전개될 전망”이라며 “발 빠른 정책 대응이 필요해진 만큼 2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그는 “역대 가장 큰 규모의 예산이 막 집행되는 시기인 만큼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요구할 상황은 아직 아니다”라며 “남은 정책수단은 기준금리 인하”라고 말했다.

한은은 당분간 신종코로나 확산 추이를 지켜보고 실물지표 영향을 확인한 뒤 통화정책 대응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