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정 례

저 티끌을 지나서 왔구나

저 벌레를 지나서 왔구나

한없이 지나서 왔구나

업은 아이를 내려놓고

순두부를 시켜 먹는 동안

훌쩍거리며 코를 훔치는 동안

아이는 끽끽거리며

바닥을 기어 다니고

너의 나이 나의 나이

저 티끌에서부터의

나이를 셀 수가 없구나

(….)

이 시는 ‘보푸라기’들이라는 시의 앞부분이다. 나이는 생의 기록이 새겨지는 마디가 아닐까. 삶의 과정 속에서 부닥치는 티끌과 벌레로 비유되는 힘들고 어려운 생의 터널, 장벽 같은 것을 건너고, 그것을 다 지나온 기록이 나이라고 말하는 시인의 말에 잔잔한 감동의 여운이 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