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정 춘

한 번을 울어서

여러 산 너머

가루가루 울어서

여러 산 너머

돌아오지 말아라

돌아오지 말아라

어디 거기 앉아서

둥근 괄호 열고

둥근 괄호 닫고

항아리 되어 있어라

종소리들아

청각 이미지인 종소리를 시각적 이미지로 전이시킨 표현이 이채롭다. 종소리가 둥글게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나가면 세상은 그 울음소리를 담는 둥근 항아리가 된다. 날카롭고 각이 선명하여 부조화와 불균형이 만연한 불구의 세상을 벗어나 둥글고 평화롭고 넉넉한 세상을 염원하는 시인의 속내를 읽을 수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