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구청은 점검 후 정반대 사실확인서 작성

 

 

"짜장 반품은 항상 완제품을 끓여 냉각하다가 탱크로 올릴 때 OOO 차장이 직접 한 솥에 2∼3포 넣습니다."

대구 한 장류 제조업체가 반환된 제품을 재가공해 유통했다고 주장한 내부 제보자들의 경찰 진술서에서 구체적 행위가 드러나고 있다.

경찰은 진술서를 토대로 사안별 식품위생법 저촉 여부를 따지고 있다.

그러나 관련 보도가 나간 지난 23일 해당 업체를 점검한 공무원들은 제보자 진술서와 전면 배치되는 사실확인서를 작성해 조사 의지를 의심케 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공무원 3명과 달서구청 공무원 2명은 제보 동영상과 전혀 다른 현장 상황을 상세하게 기술하고 '제보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음'이라고 보고했다.

◇ "반품 재탕했다"…경찰이 받은 진술서 3장

27일 대구 성서경찰서에 따르면 장류 제조업체 전·현직 종사자 3명은 지난 22일 경찰에 진술서와 동영상을 제출했다.

이들이 자필로 적은 진술서에는 불법 행위에 관련된 직원 이름과 작업 내용이 자세하게 나온다.

A씨는 "된장 반품은 항상 대포장(식당용 제품)에 자주 섞는다. D 차장이 노란통을 직접 가져와서 넣는다. 그렇게 만든 것을 상품으로 출고하는 과정을 반복한다'고 진술했다.

또 "고추장 반품은 물엿을 넣은 상태에서 E 계장이 창고에서 지게차로 F 과장에게 실어주면 가져와서 넣는다. 고추장 지원 갈 때마다 반품으로 들어온 제품과 섞어서 완제품으로 판매했다'고 했다.

B씨는 "E 계장이 반품보관소에서 지게차로 짜장 반품을 가져오면 D 차장이 정상제품과 섞어서 끓이고 75도를 맞춰 냉각 시켜 탱크로 이송한다"며 "포장반에서 최근까지 포장해 시중에 유통했다"고 했다.

그는 된장 제품도 같은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진술서에 적었다.

2016년 12월 반품된 간장을 새 제품에 섞는 동영상을 촬영한 C씨는 '유통기한이 지난 반품을 섞어서 완제품으로 부당제조하는 과정을 찍은 동영상은 본인이 직접 촬영한 것임을 확인한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현직 종사자들에 따르면 반품을 신제품과 섞는 작업이 지난 연말까지 이어졌다"며 "12월 말부터는 내부 고발 낌새를 눈치챈 회사가 더 이상 섞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 식약처-달서구청 단속 책임 공방

단속 주체인 식약처와 달서구청은 관련 보도가 나간 당일 현장을 점검한 뒤 제보자들 주장과 전혀 다른 '사실확인서'를 작성해 A사에 전달했다.

A사와 달서구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식약처·달서구청 공무원 5명이 A사를 합동 불시점검해 반환된 제품이 부적합품 보관구역에 적재된 것을 확인했다.

공무원들은 "(반품은)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폐기물 수거업체에 맡겨서 외부로 반출시킨다고 진술함. 언론 보도에 제기된 사진 및 동영상 자료는 금일 현장 점검에서 확인할 수 없었음"이라고 자필 날인이 담긴 사실확인서를 작성했다.

현직 한 종사자는 "공무원들이 작성한 사실확인서는 전혀 다른 엉뚱한 소리다"며 "경찰이 종사자들을 직접 불러 진술을 받는 등 제대로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공무원들이 사실확인서에 '된장 탱크 안의 구더기, 바퀴벌레가 들어간 된장' 사진이 2016년에 찍은 것이라고 보고했으나, 사실은 지난해 12월에 촬영한 것이다"며 형식적인 단속이라고 지적했다.

식약처는 사진 촬영 날짜를 오인해 달서구청이 해당 기간에 단속했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식약처 한 관계자는 "해당 업체는 2013년 5월과 2019년 6월에 점검했다"며 "나머지는 전부 달서구청이 단속했다"고 말했다.

달서구청 위생과 관계자는 "공무원들은 본대로 적을 수밖에 없다"며 "구청과 식약처는 행정공무원에 불과해 업주나 관련자들을 오라 가라 할 권한이 없어 단속에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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