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열 한동대 교수
장규열 한동대 교수

힘들고 어렵다. 거친 세상에 버티고 서 있는 일마저 버거울 지경이다. 사람마다 삶의 무게를 지탱하느라 안간힘을 쓴다.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여기까지 오느라 허덕였던 굽이굽이가 보이지만, 앞으로 헤쳐갈 날들도 그게 어디 쉬울까.

우리에겐 좁은 땅에 사람이 또 많아 어쩌면 곱절로 힘들었을까. 여유가 없고 위로가 없으며 칭찬이 없고 격려가 없다. 경쟁과 아귀다툼으로 가득한 끝에 혐오와 차별, 질시와 반목이 넘치는 세상. 정치와 종교, 언론과 교육에 화합보다 편가름이 주제가 되고 소통보다 단절이 화두가 된다. 갈라진 편들끼리 모인 집회에서 ‘우리가 이겼다’는 환호가 들리고, 생각이 다른 상대를 향해서 ‘얻어맞지 않은 게 다행’이란다.

우리는 왜 그럴까. 힘이 없던 시절 남들이 갈라놓은 민족의 운명이 역사의 덫이 되었다. 남과 북이 헤어진 것이 이토록 질긴 질곡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나뉜 둘이서 다시 뭉치면 될 줄 알았겠지만, 그게 마음대로 안 되는 일이라는 걸 알아버렸다.

그런 처지는 마음에도 들어와 박혀 사람들의 생각마저 갈라놓았다. 세상은 이념의 벽을 넘어섰다지만, 한반도는 갈등의 굴레에 맴돌고 있다. 이제는 역사를 놓아줄 방법이 없을까. 겨레가 갈등에서 헤어날 방도가 없을까. ‘이게 나라냐’는 물음이 내 마음대로만 돌아가는 나라를 기다리는 것일까.

이긴 편과 진 편이 끝도 없이 험담과 욕설을 날리는 나라는 정상국가가 아니다. 싸움에 이겨서 좋은 게 아니라, 정말로 나라가 잘 되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

생각이 달라도 같은 산을 오른다. 방법이 달라도 같은 방향을 겨냥한다. 그래서 만나고 겨루며 토론하고 협상하는 것이 아닌가.

나만 언제나 맞고 상대는 항상 틀린 세상은 정상이 아니다. 조절하고 수정하며 보완하고 협의하며 나아가야 한다. 완벽한 사상은 있을 수 없으며 다 틀린 생각도 불가능하다. 누구에게도 정답은 없으며 지혜는 누구나 조금씩 가지고 있다. 절대선을 기대해서도 안 되고 절대악으로 깔아뭉갤 일도 없어야 한다. 오른쪽도 귀하고 왼쪽도 소중하다. 새는 두 날개로 나르지 않는가. 서로 도와야 하고 함께 보태야 한다.

좌우가 첨예하고 맞선 정치판에서 ‘우리는 어차피 한 편이 아니냐’라던 미국 레이건(Ronald Reagan) 대통령의 생각이 보이지 않는가. 냉전이 물러간 세상에 우리만 무한경쟁에 시달린다면, 이젠 좀 겸허하게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같은 산이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오르고 있었던 그 산이 다른 곳이 아니었음을 깨우쳐야 한다. 대한민국이 잘 되어야 하고 우리 국민이 행복해야 한다. 정치와 종교, 언론과 교육은 나라와 국민이 편안하고 행복한 길을 준비해야 한다. 다툼과 경쟁에 몰두하기보다 화합과 소통을 만들어내야 한다.

나라 안에 대화가 통하고 격려가 넘쳐야 한다. 한 편이 쓰러지는 경기판보다 모두가 살아나는 한마당을 만들어야 한다. ‘같은 산’을 새기며 나아가야 한다.